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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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30일 1등 당첨금을 높인 '연금복권 720+'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1년 연금복권 도입 이후 9년만에 첫 개편인데다 당첨금 규모와 당첨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소비자의 기대 수익이 줄고, 1등 당첨 확률도 낮아져서다.

◆연금복권 어떻게 바뀌었나

연금복권은 지난 2011년 7월 처음 나왔다. 1등에 당첨되면 매달 500만원씩 20년간 받을 수 있도록 한 연금복권 520이었다. 정부가 연금복권을 내놓은 것은 당첨금 일시 지급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당시는 로또복권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거액의 투자실패로 인한 불화가 생기는 등 사회적 문제가 나오던 시기였다.

연금복권은 출시 첫해 큰 인기를 끌었다. 2011년 판매율은 100%. 발행한 모든 연금복권이 판매됐다.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 안정적인 소득을 원하는 사람 등이 주로 구매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판매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65.5%, 2013년 37.4%, 2014년 29.7% 등으로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판매율은 31.4%였다.

소비자가 숫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적혀있는 복권을 구매하는 형식이라 재미가 떨어지고, 판매처별로 두번 추첨하는 등 추첨 방식이 복잡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새로 출시되는 연금복권 720+는 연금복권 520 이후 9년만에 나오는 연금복권이다. 저조한 연금복권 판매를 늘리기 위해 1등 당첨금을 큰 폭으로 늘렸다. 1등 당첨금을 20년간 매달 500만원 지급하는 방식에서 같은 기간 매달 700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확대했다. 총액 기준으로는 1등 당첨금이 12억원에서 16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기존 4명에게 각각 일시금 1억원을 줬던 2등 당첨금도 8명에게 10년간 매달 100만원의 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총액 및 당첨자 수를 모두 확대했다. 보너스 추첨도 신설해 10명에게 10년간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추첨 방식도 한번만 추첨해 모든 등수를 정하는 방식으로 바꿔 소비자의 편의를 높였다.

◆기대 수익·당첨 확률 떨어져

정부는 1등 당첨금 대폭 인상을 통해 연금복권 판매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지만 상품을 뜯어보면 소비자에게 더 불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복권 구매로 인한 기대 수익이 하락했다.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1000원짜리 복권 1장에 대한 기대 수익은 기존 상품에서 800원이었지만 새 상품에선 584원에 불과하다.

당첨금 인상 폭보다 복권 발행 수를 늘린 효과가 더 컸다는 의미다. 현재가치로 계산한 당첨금 총액은 50억6000만원에서 59억8300만원으로 18.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복권 발행 수를 630만장에서 1000만장으로 늘리면서 발행 총액은 58.7%나 증가했다.

모두 판매됐을 경우의 정부 매출은 6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난다. 판매액 대비 당첨금 비율은 80.3%에서 59.8%로 떨어졌다. 반면 당첨금 지급 후의 정부 이익은 12억4000만원에서 40억1700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발행 복권 수가 늘어나면서 1등 당첨확률은 0.000032%에서 0.00002%로 하락했다.
관심 뜨거운 '20년간 월 700만원 연금복권' 당첨 가능성은?
2등 당첨금이 사실상 줄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새 상품에서 2등 당첨금을 일시금 1억원을 주던 것에서 10년간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당첨금 규모가 1억2000만원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첨금의 현재가치를 계산하면 1억원에 못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20년간 매월 500만원씩 지급하는 연금복권 1등 상품의 현재가치가 8억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10년간 매월 100만원씩 주는 2등 당첨금에 적용하면 2등 당첨금의 현재가치는 약 9700만원이다.

홍보물에 3~4등 당첨금을 10분의 1로 줄인 사실을 뺀 것도 논란거리다.

연금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도 당첨금이 이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또복권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첨금이 이월돼 다음 회차 당첨금이 증가하는 구조이지만 연금복권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당첨금을 다음 회차로 이월하지 않는다. 복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품 구조상 당첨금 이월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