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오토바이에 200만원짜리 냉동 박스…마켓컬리 꿈꿔"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배달 기사 200만명은 뒷좌석에 손님을 태우거나 음식배달, 택배까지 전천후로 달린다.

그런 오토바이 부대 속에 주황색 박스를 장착한 색다른 오토바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21일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엔젤투자' 대상으로 선정한 한인 스타트업 퀵스(QUIKS)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카르타 수도권의 외식이 금지되고 집에서만 머무는 이른바 '집콕족'이 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임종순(48) 퀵스 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콜드 체인(저온유통) 시스템 부족으로 수산물만 해도 수확량의 30∼40%가 폐기되는 상황"이라며 "자카르타 수도권은 교통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트럭이 아니라 오토바이에 냉장·냉동 박스를 장착하는 사업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2009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서비스업체를 운영하던 중 물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보고, 직접 배송업계에 뛰어들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오토바이 배터리와 연결해 자동 온도조절이 되는 냉장·냉동 박스를 장착한 배송 서비스는 퀵스가 처음이라고 임 대표는 강조했다.

퀵스의 박스는 영하 20도에서 영상 10도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밤사이 충전기에 연결해 설정 온도까지 낮춘 뒤 배달 중 온도가 올라가면 오토바이 배터리로 낮추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냉장·냉동 박스를 중국업체와 함께 개발하다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일본업체와 다시 손잡아 성공했다"며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가 100만원대인데, 냉장·냉동 박스가 200만원 상당"이라고 말했다.

퀵스는 우선 16대의 오토바이로 자카르타 중심부와 보고르 지역에서 배송을 시작했다.

가맹업체는 현재까지 정육업체(Subur Arta Utama)와 식료품업체(Etanee, 무궁화유통) 등이다.

가맹업체가 저녁에 배송할 주소를 알려주면 지역별로 묶어서 퀵스 오토바이가 다음날 배송한다.

퀵스는 가맹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오토바이를 늘려 총 450대가 확보되면 한국의 '마켓컬리'처럼 신선식품 새벽 배송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펼치겠다는 꿈을 꾼다.

퀵스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식료품 배송 수요가 늘자 온라인 식품 몰을 지난 주말 론칭했고, 곧 현지인들을 위해 인도네시아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한국의 마켓컬리처럼 처음부터 모든 제품을 준비해 서비스하려면 엄청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며 "퀵스는 배송 대상 가맹업체부터 차차 늘려 궁극적으로는 새벽 배송사업을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코참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는 대로 또 다른 한인 스타트업을 선정해 엔젤투자자와 손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