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탄력성. 위기에서 빠져나와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사람은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단어다. 위기 때 더 부각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장이 문을 닫고,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주가도 한때 급락했다가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변화를 통해 어떤 그룹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회복 탄력성이 가장 좋았는지 살펴봤다.
신세계·롯데, 팬데믹 前 시총 회복
코로나19와 저유가 ‘나비효과’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하면 신세계그룹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신세계그룹 시총은 7조9023억원으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달 2일 시총(7조414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2일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코스피지수가 마지막으로 2000선을 기록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공이 컸다. 코로나19로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가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이를 만회했다.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소비자들은 고기와 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대량 주문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SG닷컴은 신선식품 온라인 주문 1위 업체의 주도권을 강하게 쥐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보복성 소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롯데그룹 회복은 새로운 주력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이끌었다. 17일 롯데그룹주 시총은 16조7205억원으로, 지난달 2일의 98% 수준까지 회복했다.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은 힘을 못 썼다. 하지만 한때 11만원대까지 떨어졌던 롯데케미칼 주가가 20만원 선을 회복하며 그룹주 회복의 일등공신이 됐다.

체력 약했던 한화그룹

이 기간 시총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 시총은 한때 3월 2일 대비 44% 급감하기도 했다. 회복은 했지만 회복률은 89%에 그쳤다. 상장사 상당수가 증권 보험 생명 등 금융 계열사인 영향이 크다. 금리 인하로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이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그룹 시총은 한때 39%가 날아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글로벌 생산기지가 셧다운(일시적 가동 중단)된 데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까지 ‘연타’를 맞았다. 한때 6만8900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던 현대차 주가는 최근 10만원대를 찍기도 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회복 탄력성 높은 삼성·SK

다른 국내 대기업들의 회복 탄력성은 뛰어났다. 신세계와 롯데그룹을 제외하고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삼성그룹과 SK그룹, LG그룹의 시총은 지난달 2일 대비 각각 95%, 93%, 96% 수준으로 회복됐다. 코로나19에도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