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활용한 기기는 허가 절차 생략
제품 출시 속도 크게 빨라질 듯
식약처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혈압 앱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허가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앱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혈압을 재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스마트워치에 달린 광센서 등으로 혈액량 변화를 잰 뒤 이를 분석해 혈압 수치가 얼마인지 계산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앱에 있는 센싱기술로 제품의 품질을 평가했다”며 “혈관 팽창과 수축을 분석해 얼마나 정확히 맥박과 혈압을 재는지 등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에 혈압 측정 기능을 넣고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 문을 두드린 것은 2017년 말이다. 하지만 이를 정식 의료기기로 등록하려면 전기 안전성 등 추가 시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시험 절차와 기준을 정하고 이를 별도 기관에 맡기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국내에서는 상용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분위기는 올초부터 바뀌었다. 식약처는 올해 1월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허가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모바일 규제를 바꿨다. 식약처는 2월 모바일 앱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85명을 대상으로 정식 임상시험을 한 뒤 지난달 12일 의료기기 허가 신청을 했다. 식약처의 확인 결과 자동전자혈압계와 성능 차이가 없었다. 신청 40일 만인 지난 20일 정식 허가를 받았다.
“후속 모델 허가 절차 필요 없어”
삼성전자는 이번에 허가받은 혈압 앱인 ‘삼성 헬스 모니터’를 올 3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갤럭시워치 액티브2’를 비롯해 관련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워치는 앱이 출시되면 업데이트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의료기기로 앱을 허가받았기 때문에 후속 스마트워치 모델이 나오더라도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 구동할 때는 해당 스마트워치가 전기적으로 안전한지,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버 보완이 잘되는지, 성능을 잘 구현하는지 검증했다”며 “후속 모델은 첫 모델과 비교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20일 정도면 검증 절차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혈압 앱이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면서 안전성과 정확성 등을 인정받게 됐다. 환자들도 팔을 감싸는 커프형 혈압계와 마찬가지로 삼성 갤럭시워치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혈압 앱을 병원 진료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혈압 환자가 집이나 병원이 아닌 외부에서도 편리하게 혈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지현/조수영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