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0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4월 10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4월 들어 영등포와 명동 등 서울 중심가 일부를 두고 '인산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인 대표 관광지 제주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2020년 4월 30일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표는 매진되고 빈 방도 없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행과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가운데, 이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만원 이하로 떨어졌던 김포공항에서 제주도행 비행기표가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4월 30일 10만원으로 오르고 대부분 매진되었다. 티웨이항공 홈페이지 캡쳐
1만원 이하로 떨어졌던 김포공항에서 제주도행 비행기표가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4월 30일 10만원으로 오르고 대부분 매진되었다. 티웨이항공 홈페이지 캡쳐
결국 정부는 2020년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020년 4월 17일 "행락철(즐겁게 노는 계절이나 때)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많이 느슨해졌고 부활절과 총선 기간 중 사회적 접촉이 증가했다"라며 "앞으로 1~2주간은 방심하지 말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제로 느슨해진 걸까요. 팩트는 '제주도 관광객 내도 현황'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제주도에 입도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와 서울 중심가 9곳의 유동인구를 분석했습니다. 살펴보니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은 4월 들어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서울시 유동인구는 우려 보다는 낮게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뉴스래빗 팩트체크와 함께 서울시 유동인구와 제주도 관광객 수 변화를 살펴보시죠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를 집계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서 일별로 제공하는 '제주관광통계 내국인 관광객 입도 현황'을 수집했다. 수집기간은 2020년 1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다.

서울시 유동인구 분석을 위해서는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행정동별로 공개되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수집했다. 1월 1일부터 4월 15일까지 총 419만4300개의 데이터를 모았다. 생활인구 데이터를 보면 유동인구를 알 수 있다. '생활인구'란 서울시와 KT가 통신 기지국 데이터를 이용해 계산한 추정 유동인구 데이터다.

분석을 위해 서울시 중심가에 해당하는 9곳을 선정했다. 중심가 9곳은 강남역 일대, 광희동(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 명동, 서교동(홍대입구역 일대), 신촌동, 여의동(여의도 전체), 영등포동, 잠실역 일대, 종로1·2·3·4가동 등이다. 강남역 일대는 서초4동과 역삼1동을, 잠실역 일대는 잠실3동과 잠실6동을 합산했다.
제주 관광객, 4월 보름만에 42% ↑
4월 초 바닥찍고 상승세 조짐

2020년 4월 한달 간 제주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관광객이 4월 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죠.

제주도 일별 관광객 수는 봄이 올수록 많아지는 게 보통 추세입니다. 2019년엔 그랬죠. 하지만 2020년엔 코로나19 여파로 1월 24일 정점을 찍은 뒤 관광객 수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하루 관광객 수가 2만5000~4만명 사이를 오가던 2019년 3월과 달리 2020년 3월 말 하루 관광객 수는 심한 경우 1만1000명대까지 떨어졌죠.


결국 4월 5일엔 2020년 중 최저치인 1만1578명을 기록합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죠.

그런데 이후 하루 관광객 수가 서서히 증가세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4월 20일 하루 관광객 수는 1만6414명까지 올랐습니다. 2020년 중 '바닥'인 4월 5일(1만1578명) 대비 41.8% 높은 수준입니다.

제주도에 입도하는 내국인 관광객 수에는 요일별로 등락이 있습니다. 그래서 4월 20일과 같은 요일(월요일)인 4월 6일과 비교도 해봤습니다. 4월 6일 1만2840명에서 4월 20일 1만6414명로 27.8% 늘었습니다. 최저점 대비인 41.8%보다는 적게 나오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상승폭입니다.

물론 최근 제주도 하루 관광객 수는 2019년 같은 날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직 '회복'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이유죠. 제주도청 담당자 역시 "전년과 대비해봤을 때 증가율이 아직까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설명했죠.

다만 뉴스래빗이 데이터에서 발견한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청 담당자는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는 전국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예측하며 "포털 연관검색어 등 추이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관광협회 온라인마켓 '탐나오' 예약량도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방역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술관 등 관광객 밀집 우려 시설을 계속 폐쇄하고, 입도하는 관광객 전원의 발열 상태를 체크합니다. 해외에 다녀온 적이 있거나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관광객은 공항에서 검사를 받게 할 예정입니다.

제주도청 담당자는 "기존 시행 중이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에도 유지할 예정"이라며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추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도) 고강도 방역 지침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서울 주요 번화가 9곳 유동인구
고강도 거리두기 전후 4% 상승 그쳐

한편 서울시 유동인구는 정부 우려만큼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주요 상권 9곳을 비교해보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전보다 조금씩 유동인구가 많아지긴 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부가 2020년 3월 22일부터 실시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전주 금·토요일인 2020년 3월 13·14일과 가장 최근 금·토요일인 2020년 4월 10·11일을 비교해볼까요.


서울 주요 번화가 9곳의 유동인구는 평균 4.1% 늘어났습니다. 증가량을 명수로 따지면 총 82만46명입니다.

9곳 중 유동인구 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등포동입니다. 2020년 3월 13·14일 192만9096명이던 유동인구 수가 4월 10·11일 218만7911명으로 13.4%(25만8815명) 많아졌죠. 영등포동은 영등포역(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복합 쇼핑몰들의 '격전지'입니다. 주말 유동인구 중 상당수가 쇼핑몰에 몰려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등포 다음으로는 종로1·2·3·4가동(5.8%, 13만3339명), 광희동(5.2%, 4만8387명), 신촌동(5%, 11만6665명) 증가세가 5%대로 컸습니다. 명동(2.3%, 2만7056명), 서교동(2.4%, 8만48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강남역 일대, 여의도, 잠실역 일대는 고강도 거리두기 전과 대동소이합니다. 강남역 일대(1.7%, 11만4848명), 여의도(1.4%, 4만8645명)는 증가율이 1%대에 그쳤고, 잠실역 일대(-0.2%, -8358명)는 유일하게 소폭 감소했습니다.


서울 주요 번화가 9곳 중 8곳의 유동인구 수가 늘었지만, 그 증가폭이 대체적으로 크지는 않습니다. 서울의 경우 방역당국이 우려를 표한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것은 아직 아닌 셈이죠.

뉴스래빗이 지난 2020년 3월 24일 서울 유동인구를 분석했을 때, 2020년 3월 13·14일 유동인구 수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전인 2020년 1월 17·18일에 비해 크게 쪼그라든 상태였습니다. 이 분석 결과와 종합해보면, 번화가가 휑해진 상태에서 한 달이 지나는 동안에도 서울 주요 번화가의 유동인구 수가 의미있게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행자 급증 우려↑
여행 관련 방역 대책 시급

뉴스래빗이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서울시 유동인구는 우려만큼 많아지지 않은 반면 제주도 관광객은 크게 늘었습니다. 도심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그동안 바깥 출입을 삼가던 이들이 서서히 집 밖을 나서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2020년 4월 19일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국민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고, 또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라며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선명한 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2020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 벼룩시장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2020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 벼룩시장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0년 5월 5일 이후 더 연장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외출하려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방역당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행객 급증 우려에 따라 여행 관련 자제령을 추가 검토하거나 여행객과 관련된 방역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제 한자릿수 안팎으로 줄어들었습니다. 4개월에 걸친 고된 '방역 여정'에 이제 끝이 보입니다. 국민 모두가 조금만 더 인내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길 뉴스래빗은 바랍니다 !.!
[팩트체크] 서울·제주 다시 '북적북적'…제주 관광객 15일만에 42%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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