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부지 내 토지 매각가 놓고 에쓰오일·한화·롯데 입장차 커
충남도 "에쓰오일 제시한 토지가격 비싸…무산되면 화학단지 조성 다시 추진"
10조원 투자계획 무산되나…서산 첨단화학단지 조성 중단 위기(종합)
충남 서산 대산2일반산업단지와 주변 291만㎡(88만평) 부지를 첨단화학특화단지로 조성하는 계획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단지 조성 계획이 틀어지면 국내 화학업계의 10조원대 투자계획도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충남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첨단화학특화단지 조성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날 회의에서 에쓰오일(S-oil)이 예상보다 높은 토지 판매가격을 최종적으로 제시하면서 단지 조성 논의가 중단됐다.

첨단화학특화단지는 대산2일반산업단지와 주변 부지 등 291만㎡를 에쓰오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 국내 대형 화학업체 3사가 공동 개발하는 구상으로 추진됐다.

대산2일반산업단지 토지 114만㎡(34만5천평)를 보유한 에쓰오일이 토지를 매각하면 롯데와 한화가 이를 사들이고, 에쓰오일은 산업단지 맞은편 토지를 사들여 첨단화학단지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충남도는 국내 화학업체들이 첨단화학단지에 10조원 가량을 신규 투자할 것으로 기대했다.

10조원 투자계획 무산되나…서산 첨단화학단지 조성 중단 위기(종합)
하지만 토지 매각 협상을 벌이던 화학 3사가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롯데·한화 측은 토지 분양가, 조성비용, 금융 비용 등을 고려해 3.3㎡당 150만원대를 적정가격으로 판단했다.

에쓰오일은 3.3㎡당 170만원∼180만원대로 가격을 높여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은 토지 구입가격으로만 각각 수백억원이 더 필요하게 된다.

3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던 롯데케미칼은 서산시와 충남도에 '토지 가격이 높아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화토탈은 대규모 토지를 추가 매입하는 데 합작회사인 프랑스 토탈사 동의를 얻지 못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16만5천여㎡(5만평)를 먼저 개발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만, 롯데케미칼이 불참하면 이마저도 힘들어진다.

10조원 투자계획 무산되나…서산 첨단화학단지 조성 중단 위기(종합)
복잡하게 얽힌 토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에쓰오일 독자 개발도 어렵다.

에쓰오일의 토지가 'ㄷ'자 모양으로 돼 있어 개발을 추진하려면 인근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 도움이 필요하다.

충남도는 에쓰오일 측에 토지 판매가격을 공식 문서로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도는 첨단화학특화단지 조성이 무산되면 에쓰오일이 보유한 토지를 대산2일반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것을 취소할 방침이다.

산업단지 지정이 취소되면 에쓰오일은 보유 토지를 다른 업체에 넘겨야 한다.

대산2일반산업단지 사업시행 기간은 오는 30일 만료된다.

에쓰오일은 이 부지를 산업단지로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2010년 실시계획을 승인받았지만, 10여년째 방치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각 업체 요구 사항을 중재하고 토지 적정가격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에쓰오일 측에서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화학단지 조성 논의가 중단돼 안타깝다"며 "이번에 무산되더라도 다른 사업체를 구성해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