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간,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원색적 비판까지 나왔고, 야당은 “여당이 정부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등 코로나지원금 논의가 갈수록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근형 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원장은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 국민에게 주느냐, (소득하위) 70%에게 주느냐는 논란은 단지 3조원 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라며 “기재부가 그걸(70% 지급) 고집하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될 문제고 기재부가 너무 그렇게 주장을 앞세워선 곤란하다.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민주당의 4·15 총선 전략을 총괄했으며, 현재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으로, 민주당의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김홍걸 당선자(전 공동선대위원장)는 이날 SNS에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예산 배분을 기재부가 결정하는 ‘기재부 공화국’이 돼 있다”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민생 살리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그분들이 정말 걱정하는 게 재정건전성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인지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심부름꾼에 불과한 홍남기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 의장은 “여당이 여유가 있는 계층에까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줘야 한다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자체에 시비를 걸고 있다”며 “할 말이 있으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라. 홍 부총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억압을 하느냐”고 따졌다. 또 “정말로 여당이 추경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문 대통령과 담판을 하든지, 홍 부총리를 어떻게 시키든지 해서 수정 예산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석현 의원은 이날 SNS에 “우리 당이 국민께 설명해드리고 재난지원금 100%(지급)는 더는 고집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재정 악화를 무릅쓰고 국채 발행으로 빚을 내서 100%를 지원(해야 하느냐)?”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상민 의원도 SNS에 “여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면 일단 정부안대로 이번주 내에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며 “총선 전 (100% 지급)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우선 정부안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7조6000억원 규모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으나 기재부는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반대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