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기획재정부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당 요구에 고분고분 하던 기재부가 모처럼 ‘재정의 파수꾼’ 역할을 고집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재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확대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국가 신용등급 추락을 걱정해서다. 지원금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늘리려면 3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하위 70%에 지급할 재원 7조6000억원은 기존 예산의 세출을 조정하는 2차 추경으로 충당키로 했지만, 추가 재원을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위험선인 40%를 넘어 41.2%에 이를 전망이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채무비율이 더 올라가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기재부의 우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에 대해 “급격한 국가채무비율 증가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어제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기도 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후폭풍은 심각하다. 당장 외채 이자비용이 늘고 신규 외화채권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발해 원화가치가 추락하고, 이것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외환보유액이 3월 말 현재 4002억달러(약 480조원)에 달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450조원이나 된다. 안심할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소비진작 효과도 불분명한 재난지원금을 위해 적자국채까지 발행해선 안 된다는 기재부의 입장은 지극히 온당하다. 더구나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유사한 재난 때 ‘현금 지원’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곳간은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