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위기' 인식 반영…특고·무급휴직자 등 지원 확대
코로나19 고용대란 우려에 10조원 투입…단일 대책으론 최대
정부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해 발표한 '고용안정 패키지'는 정부가 내놓은 단일한 일자리 대책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전례 없는 위기라는 정부의 인식이 반영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한 고용안정 패키지는 10조1천억원 규모다.

지원 대상은 286만명에 달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한 번에 내놓은 일자리 대책 규모가 10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것들이 많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고용 안전망인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에 대한 생계 지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에 대해 1인당 월 50만원씩 최장 3개월 동안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도입할 것을 주문하는 '긴급 실업수당'과 비슷하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못 받는 특고 종사자 등에게 정액 급여 방식으로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제2의 고용 안전망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앞당겨 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근거가 될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고용 대책에도 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최장 2개월 동안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번 대책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정부 사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가 지원 대상에 들어간 것도 이번 대책의 특징이다.

소득이 끊겨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무급휴직자를 위해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행 무급휴직 지원 제도는 기업이 3개월 이상 유급휴직을 한 것을 조건으로 무급휴직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신설 프로그램은 1개월 유급휴직을 한 기업에 대해서도 무급휴직을 지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도덕적 해이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반영됐다.
코로나19 고용대란 우려에 10조원 투입…단일 대책으론 최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서 일시 휴직자는 역대 최대인 160만7천명에 달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무급휴직자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 이들이 대거 실업자가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급속히 악화하는 청년 고용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달 15∼29세의 청년 취업자는 22만9천명 줄어 전 연령대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이 채용을 중단하거나 연기함에 따라 청년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정보기술(IT) 분야 업무 등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민간부문에서는 중소·중견기업 등이 IT 관련 일자리에 청년을 채용하면 인건비를 1인당 월 최대 18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채용 여력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청년을 위해 인턴과 유사한 '일 경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최장 6개월 동안 일 경험을 제공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 산업 인력인 청년이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것은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청년 실업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청년과 취약계층을 위해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내놓은 고용 대책에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 대책에도 간접고용 노동자 대책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 이번 대책에 포함된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과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충격에 대응하는 데 실기(失期)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 충격으로 숙련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면 경제 회복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장관은 "지금 지켜낸 일자리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될 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고용 충격에 대응해 일자리를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