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이다.

메디치가 없었다면 르네상스가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메디치가는 15~16세기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공화국의 실질적 통치자로 예술과 학문을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가 피렌체에서 발원하도록 했다.

평민이었으나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지배층이 된 메디치가는 15세기 초부터 300여년간 유럽 역사의 주역이었다.

후대에 수많은 역사서와 예술 작품들이 메디치가를 다뤘다.

하지만 모두 메디치가의 권력과 르네상스 예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이탈리아 서점 대상인 '반카렐라 문학상'을 받고 이탈리에서만 50만부가 팔린 '권력의 가문 메디치' 3부작 시리즈(메디치미디어 펴냄)는 다르다.

메디치가 부흥기 초대 수장인 조반니의 뒤를 이은 후손들의 매력과 처세술, 리더십, 사랑과 음모 등을 인간적으로 탐구한다.

역사 장편소설이지만 실제 역사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혼재됐다.

작가 마테오 스트루쿨이 메디치가에 관해 무려 2년 동안 현지 자료조사를 한 끝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민심을 잡는 비밀…'권력의 가문 메디치' 3부작
1권 '피렌체의 새로운 통치자'는 조반니의 아들이자 피렌체의 국부로 불렸던 코시모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정적들로부터 쏟아지는 정치적 공격과 음모를 방어하고 대성당 돔 공사를 완수하는 코시모의 통찰력을 엿본다.

2권 '피렌체를 사로잡은 남자'는 피렌체 시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지략가 로렌초를 조명한다.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저택을 개방하고 소통을 시도하면서 정적들의 공세를 피한다.

3권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은 프랑스 왕가에 시집간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놀라운 처세술을 그려낸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궁전에서 이방인임에도 프랑스 왕비에까지 오르는 메디치가 출신의 뛰어난 삶의 기술이 펼쳐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스트라다무스 등 유명한 실제 인물들이 메디치가 주인공들을 돕는 장면도 흥미롭다.

평민 출신 가문인데도 귀족들의 파상 공세와 흑사병과 같은 재앙을 이겨내는 메디치가의 비상한 계책이 흥미롭다.

언제나 민심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메디치 가문의 재주는 현대 포퓰리스트 정치의 탄생에 영향을 준 듯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