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좌파진영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묵인 아래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좌파 정당들이 노동자당과 연대하면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은 이날 상파울루시에서 지도부 회의를 열어 의회를 중심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회의에는 룰라 전 대통령과 글레이지 호프만 당 대표, 2018년 대선후보였던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 등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나 퇴진 운동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갈등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후 노동자당 지도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당의 전략을 소개했다.
호프만 대표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조율할 능력도 없고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회생을 위한 계획도 없다"며 보우소나루 퇴진 운동에 나서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호프만 대표는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어떤 방식으로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카를루스 자라치니 하원의원은 "보우소나루는 우파 쿠데타와 의회·대법원 폐쇄, 민주주의 훼손을 바라고 있다"면서 "노동자당은 '보우소나루 퇴진'을 슬로건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의회·지방정부 간에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좌파 야당들은 탄핵을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노동자당을 제외한 좌파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보우소나루 퇴진'을 행동지침으로 결정하면서 "보우소나루를 쫓아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기본"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론이 좌파 진영의 움직임을 뒷받침할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1∼3일 1천5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사임에 대해 반대 의견이 59%로 나왔다.
찬성 의견은 37%였고, 4%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을 이끌 능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가 52%, '아니다'가 44%, 무응답 4%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나 사임을 촉구하거나 탄핵을 추진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 탄핵이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뚜렷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면 오히려 보우소나루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