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탈리아 車판매 85% 증발…글로벌 구조조정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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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전세계 車업계 '곡소리'
▽ 현대차 임원 1200여명 급여 20% 반납
▽ 이탈리아 85%, 프랑스 72% 스페인 69% 증발
▽ 글로벌 위축에 '대규모 구조조정' 관측
▽ 현대차 임원 1200여명 급여 20% 반납
▽ 이탈리아 85%, 프랑스 72% 스페인 69% 증발
▽ 글로벌 위축에 '대규모 구조조정' 관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1일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며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 재고가 늘어났다. 이는 부품업계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로 연결된다.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1200여명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시장인 EU 27개국의 1분기 신차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25.6% 감소했고 3월 승용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126만4569대보다 55.1% 감소한 56만7308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대규모 락다운(이동제한조치)이 이뤄져 자동차 대리점들이 문을 닫은 탓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국가일수록 3월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명을 넘은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19만4302대에서 2만8326대로 85.4%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 15만명을 넘은 프랑스의 3월 자동차 판매량도 72.2% 줄었고 스페인도 69.3% 급감했다. 주요 자동차 제조국인 독일도 37.7%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도 지난해 3월 160만8662대에서 올해 3월 99만332대로 38.4% 줄어들었다. 그나마 선방한 트럭류를 제외하고 승용차만 따진다면 감소폭은 46.1%로 늘어난다. 자동차 산업이 휘청이자 미국 연방정부도 팔을 걷었다. 미시간,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켄터키주 등 미국 4개 주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한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연방정부가 자동차 판매를 '필수 활동'으로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완성차 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환경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미 교통부는 완성차 업체들이 지켜야 하는 연비 수준을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23.2km/L)에서 2026년까지 갤런당 40.4마일(17.2km/L)로 낮췄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단가와 판매가를 낮춰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4위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은 인도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인도 자동차공업회(SIAM)에 따르면 3월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1% 줄어든 15만6041대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12만대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3월 25일부터 도시 봉쇄 조치가 이뤄지며 자동차 생산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된 영향이 컸다.
SIAM는 성명을 통해 모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판매에 10% 세금 인하와 구형차를 폐차하는 차주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을 인도 정부에 요구했다. 코로나19로 5월까지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현지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제 대규모 구조조정 폭풍 속으로 진입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하며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르노는 중국 법인인 둥펑르노의 지분을 합작사 둥펑에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르노의 장단기차입금이 작년 10% 가량 늘었지만 매출은 8% 감소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정크로 강등된 만큼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도 1분기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포드는 셧다운 장기화에 대비한 현금 확보에도 나섰다. 크레딧라인으로 154억 달러(약 19조원)를 조달하고 회사채 발행을 통해 80억 달러(약 10조원)를 추가 확보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셧다운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 악화는 4월 이후로도 이어지고 구조조정으로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도 "3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코로나19 영향에 감소하며 재고 대수는 375만2000대, 재고 일수는 94.5일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여파가 4월 이후까지 수요와 생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지난 21일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며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 재고가 늘어났다. 이는 부품업계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로 연결된다.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1200여명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시장인 EU 27개국의 1분기 신차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25.6% 감소했고 3월 승용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126만4569대보다 55.1% 감소한 56만7308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대규모 락다운(이동제한조치)이 이뤄져 자동차 대리점들이 문을 닫은 탓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국가일수록 3월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명을 넘은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19만4302대에서 2만8326대로 85.4%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 15만명을 넘은 프랑스의 3월 자동차 판매량도 72.2% 줄었고 스페인도 69.3% 급감했다. 주요 자동차 제조국인 독일도 37.7%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도 지난해 3월 160만8662대에서 올해 3월 99만332대로 38.4% 줄어들었다. 그나마 선방한 트럭류를 제외하고 승용차만 따진다면 감소폭은 46.1%로 늘어난다. 자동차 산업이 휘청이자 미국 연방정부도 팔을 걷었다. 미시간,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켄터키주 등 미국 4개 주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한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연방정부가 자동차 판매를 '필수 활동'으로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완성차 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환경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미 교통부는 완성차 업체들이 지켜야 하는 연비 수준을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23.2km/L)에서 2026년까지 갤런당 40.4마일(17.2km/L)로 낮췄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단가와 판매가를 낮춰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4위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은 인도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인도 자동차공업회(SIAM)에 따르면 3월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1% 줄어든 15만6041대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12만대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3월 25일부터 도시 봉쇄 조치가 이뤄지며 자동차 생산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된 영향이 컸다.
SIAM는 성명을 통해 모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판매에 10% 세금 인하와 구형차를 폐차하는 차주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을 인도 정부에 요구했다. 코로나19로 5월까지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현지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제 대규모 구조조정 폭풍 속으로 진입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하며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르노는 중국 법인인 둥펑르노의 지분을 합작사 둥펑에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르노의 장단기차입금이 작년 10% 가량 늘었지만 매출은 8% 감소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정크로 강등된 만큼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도 1분기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포드는 셧다운 장기화에 대비한 현금 확보에도 나섰다. 크레딧라인으로 154억 달러(약 19조원)를 조달하고 회사채 발행을 통해 80억 달러(약 10조원)를 추가 확보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셧다운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 악화는 4월 이후로도 이어지고 구조조정으로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도 "3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코로나19 영향에 감소하며 재고 대수는 375만2000대, 재고 일수는 94.5일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여파가 4월 이후까지 수요와 생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