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간병인 문제,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생활로의 복귀는 당분간 어렵게 됐고, ‘뉴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예정된,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급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변화들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기 전에 비로소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보다 위기가 일찍 찾아왔지만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한국에서는 아직 위기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원인 분석과 대안이 성급히 제시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음압병상 준비와 신속한 생활병상 확보가 가능하게 됐고, 초기엔 혼란스러웠지만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투명하고 신속한 방역 대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의료계로서는 감염병 전문가와 신속한 진단장비 개발 및 적용으로 보여준 실력 그리고 위험한 진료 현장으로 주저 않고 달려간 의사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국민의 성숙된 시민의식도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과잉 투자로 치부되던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을 신속히 진단하는 장비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소 남아도는 것으로 여겼던 병상 시설 등도 코로나19 전용 치료병상으로 긴급히 활용할 수 있었다. 성수기 외에는 활용도가 떨어졌던 의료계 및 기업의 연수 시설이 생활치료소로 적극 활용된 것도 눈에 띈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여러 자원이 잘 활용된 사례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위 ‘나이롱환자’로 불리던 교통사고 후 과잉 입원과 불필요한 치료 수요, 관련 보험 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게 됐는데, 이것이 지속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종교 시설, 콜센터 등에서의 집단감염은 진정되고 있는데 전국에 산재한 요양병원·정신병원·요양원 같은 시설에서의 집단감염 위험은 작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노인이고 장기요양 환자라 감염에 취약하다. 일부 시설의 운영 실태를 보면 언제 집단발병이 일어날지 불안할 정도다. 병상 구조, 급식 위생 등 시설 운영 측면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외면해온 간병인 문제는 더 불안하다.

의료기관이 아닌 사설 직업소개소에 소속된 간병인들의 코로나19 검사 관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수도권 일부 대형병원 외에 전국 도처의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다수가 조선족 중국인이다. 이들은 의사, 간호사처럼 한 병원에 소속돼 있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기관에서는 구두로 물어보는 방법 외에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들과 이들의 가족 중 상당수가 올초에도 중국을 수시로 다녀왔다고 한다. 전국의 병원과 요양의료기관을 공식적인 관리 없이 수시로 옮겨 다니며 근무하는 간병인에 대한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는 사회적 관심 속에 진행된 신천지 교인들의 전수조사만큼 중요한 문제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들의 경제적 여건과 감염병 관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보건예산으로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요양병원의 집단감염 및 사망 사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려면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은 일부 3차 의료기관 외에는 보호자, 면회객의 출입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 누구나 제한 없이 병실을 들락거릴 수 있었고, 감염 예방과 위생 측면에서 병원답지 못한 병원이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모든 의료기관이 철저히 출입을 통제해 보호자·면회객 관리를 하게 됐고 이에 필요한 인력 및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된 뒤에도 이전처럼 누구나 제한 없이 출입하는 곳이 아닌, 병원다운 병원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