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역대급 폭락세를 지속하면서 미국 셰일업계의 줄파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회사채 시장을 흔들고, 셰일업계에 막대한 여신을 내준 은행권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업계 구제를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 정크본드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CDX 스프레드는 전날보다 37.1bp(1bp=0.01%포인트) 급등해 681bp로 마감했다. 지난 4월 9일 미 중앙은행(Fed)의 정크본드 매입 발표 직후 530bp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약 150bp 올랐다.

이는 정크본드 시장의 15%에 육박하는 셰일업계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미 셰일업체 와이팅페트롤리엄이 지난 2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르텀 아라브모프 리스타드에너지 애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체사피크에너지, 오아시스석유 등이 파산에 들어가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리스타드에너지 분석을 인용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에 머물면 533개 석유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배럴당 10달러대에선 내년 말까지 1100개가 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스콧 셰필드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셰일업계가 생존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최소 30달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20달러라면 독립 셰일업체의 80%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24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미국 석유업체의 빚은 860억달러, 석유수송업체들의 부채는 1230억달러에 이른다.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에너지 업종은 전날 3.29% 내린 데 이어 이날 또다시 1.9% 하락했다. 올 들어선 40% 이상 내렸다. 최우량주인 엑슨모빌이 38% 급락했으며 할리버튼, 마라톤오일,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은 70% 이상 추락했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의 시가총액은 6337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1조2760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높은 주정부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유가 폭락으로 텍사스주가 큰 타격을 받았고, 미 경제 회복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 경제의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10% 이상인 와이오밍, 알래스카,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은 대량실업 등 유가 폭락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미국의 석유 및 가스산업이 무너지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부 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들 기업과 일자리가 유지되도록 할 기금 조성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