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교수/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교수와 함께 동양대학교에 몸담았던 진중권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인턴을 하기 전부터 논문 초록(抄錄)에 이름이 등재돼 있었다는 증언과 관련해 "놀랄 일이 아니다. 시간이 뒤로 흐를 수도 있으니 변호인단은 물리학자의 조언을 구하라"고 말했다.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조씨가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초록의 1저자인 최모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상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기일에 출석해 "조민 씨가 공주대에서 인턴을 하기 전부터 논문 초록에 이름이 등재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공주대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김모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생각 없이 도장을 찍어 후회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씨가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문제가 된 논문 초록을 제시하며 "초록을 일본학회에 보낸 시기는 지난해 4월"이라며 "이 시기는 아직 조씨를 만난 적 없는 시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조씨 이름을 갑자기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광훈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보이는데 맞나"라고 물었고 최씨는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얼굴도 모르는 조씨를 저자로 추가하라고 할 때 당연히 1저자로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최씨는 "그때 아마 교수님께서 이름을 쓰면서 상황을 알려준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또 "'이 학생이 학회에 가고 싶어한다. 그냥 갈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을 말해서 동의해 기재하고 초록을 먼저 보냈다"면서 이후 조씨를 처음 본 것은 학술대회가 열리는 8월 기준으로 2~3달 전이었다고 진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영장실질심사 출석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영장실질심사 출석 (사진=연합뉴스)
인턴 논란에 대해 조 전 장관 측은 "조씨는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2009년 3~8월 조류 배양과 학회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하고, 주제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이 인정돼 같은해 8월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가 연구나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도 포스터·논문 초록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공주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허위의 체험활동확인서를 발급받아 이를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진 교수는 이날 증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놀랄 일 아니다. 물리학적으로 다 설명이 된다"면서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두 장소에 출현하거나, 한 사태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부재하거나. 양자의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도 선형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한 조건 하에선 시간이 뒤로 흐를 수도 있으니까. 변호인단은 물리학자의 조언을 구하라"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조 전 장관 사태에 비판않는 것에 회의를 품고 몸담고 있던 정의당에서 탈당했으며 동양대에도 사직서를 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