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후보 지원유세하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사진=뉴스1
영등포 후보 지원유세하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사진=뉴스1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마련 중인 미래통합당이 조기 전당대회 대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통합당은 22일 오전 10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다수 의견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상품이 나쁘면 상표도 바꿀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당명 개정을 시사했다. 향후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개혁 입장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여부에 대해 아직 당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안을)듣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면 고생만 하는 자리다. 하도 당 입장이 어려우니 내가 한번 고려해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 혁신안에 대해서는 "상품이 나쁘면 상표도 바꿀 수밖에 더 있느냐. 물건이 안 팔리면 그거야 뭐 당연한 얘기"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당 일각의 부정적 시각에는 "비대위가 하는 대로 순응을 해야지, 이해관계에 맞지 않다고 이러고저러고 얘기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임기 보장을 위해 8월 전당대회를 규정한 당헌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조건으로 당을 재건할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지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사실상 본인이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이은권 대전 중구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대전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이은권 대전 중구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대전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당내에서는 김종인 카드가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수차례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으로 잘못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으나,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이번 총선에선 다시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직후 비대위원장 추대설이 나오자 "솔직히 이야기해서 그 당(통합당)에 관심이 없다"고 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총선 기간 박형준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이 "개헌 저지선이 위태롭다"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동정을 받으려는 엄살"이라고 일축해 보수 유권자 결집을 방해했다는 비판도 있다.

총선 당일에는 "통합당이 1당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선거 결과와 전혀 다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