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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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 지원금)을 고소득자까지 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여당과 야당, 정부 간에 지루하게 이어지던 줄다리기가 지난 22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갈등의 한 축이었던 여당과 정부 간 이견이 해소된 것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국민에게 코로나 지원금을 주되 고소득자는 자발적 기부를 받겠다"며 "당·정이 공감대를 이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도 "정부는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쐐기를 박았다.

코로나 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가장 반대하던 '정부'는 기획재정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더 긴요한 분야에 나랏돈을 써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전국민 지급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런데 행정부를 통괄하는 정 총리가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밝힌 이상 기재부도 민주당 안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말 홍 부총리는 소신을 굽힌 것일까.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여·야간 협의가 계속될 것이기에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찬성도 반성도 하지 않은 셈이다. 김윤상 기재부 대변인도 23일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부총리 발언에서 더 붙일 말이 없다"고 말했다. "총리가 정부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 이견이 남은 것이냐"는 물음에도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런 애매모호한 기재부의 태도는 민주당 안에 찬성도 반성도 할 수 없는 홍 부총리의 속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무총리가 "정부는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마당에 딴소리를 하는 것은 명백한 '항명'이 된다. 청와대가 여당과의 불협화음으로 입지가 불안하던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자신이 주재하던 코로나19 대응 '비상경제회의'를 부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홍 부총리가 '전국민 코로나지원금 지급'을 진심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 안으로는 재정 지출 확대를 막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소득 상위 30% 가구가 지원금을 안 받고 기부하면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소득자가 기부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알 수 없다. 기부에 참여하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도 기부금의 약 15%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돌려줄 계획인데 이는 세금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어쨌든 기재부는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안을 수용했다. 이제 남은 관건은 야당의 합의다. 미래통합당은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한 전국민 지급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야당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코로나 지원금 사업이 담긴 2차 추경안 국회 통과가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민주당과 청와대는 야당을 상대로 "조속히 합의하라"는 압박 강도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여차하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야당의 버티기가 길어질 경우 국회 절차를 건너뛰고 코로나 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