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현대 중국 통치시스템 뿌리는 유교 중심 '가부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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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읽는 중국 고대사회
취퉁쭈 지음
김여진·윤지원·황종원 옮김
글항아리 / 616쪽│3만8000원
취퉁쭈 지음
김여진·윤지원·황종원 옮김
글항아리 / 616쪽│3만8000원
![중국 청나라 시기의 형벌 장면. 죄인이 심판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재판을 받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A.22437079.1.jpg)
송나라 때 명성을 날린 청백리 판관 포청천(包靑天)은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죄인 앞에서도 당당했다.
이 책은 국내에 상당히 늦게 번역됐다. 저자인 취퉁쭈(瞿同祖)는 중·일 전쟁 시기였던 1944년 중국 남부 윈난성에서 윈난대 교수로 일하던 시절 일본군의 공습을 피해 시골 농가 한 채를 빌려 살면서 이 책을 썼다. 1947년 정식 출간됐고, 1961년엔 영문판이 나왔다. 중국 법률사를 연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저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중국 각 왕조 법률의 차이보다 큰 틀에서의 공통점에 주목한다. 나라의 주인이 계속 바뀌어도 중국 영토 내 통치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인 원동력을 법률에서 찾는다.
중국 고대사회에서 가족은 비단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사회를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다. 법률은 가족의 범위와 가부장의 권위, 이를 어길 시 내려지는 형벌을 소상히 결정한다.
혼인은 가문과 가문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사회의 다양성 속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남녀는 엄격한 예법에 따라 정식 혼인을 치르고 자녀를 낳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 이혼은 용납되지 않는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 해도 이혼엔 처벌과 금전적 손해가 뒤따른다.
이런 관점에서 장석지와 포청천의 행동은 파격적이었다. 법의 공명정대함을 신분제 사회에서 드러내 놓고 강조하는 건 아무리 판관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책마을] 현대 중국 통치시스템 뿌리는 유교 중심 '가부장제'](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A.22436325.1.jpg)
이 책의 분석 대상은 중국 역대 왕조 법률이라는 ‘과거’다. 하지만 역사가 현재를 직시할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하듯이, 이 책 역시 현대 중국 체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중국에선 여전히 국가 최고지도자를 어버이의 이미지로 상징화한다. 현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은 지금까지도 신처럼 추앙받는다. 시진핑 현 국가주석은 21세기의 황제가 되고자 한다.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이뤄지는 공산당 독재는 법률의 이름으로 중국 사회를 폐쇄주의적으로 관리한다. 이 책은 이 같은 ‘현대 중국식 법치’의 뿌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번역자 세 명도 모두 중국 사상과 문화 분야 전문가다. 황종원 단국대 철학과 교수가 대표 번역을 맡았고 김여진 강원대 교수, 윤지원 단국대 교수가 공동 번역했다. 각주와 붙임 자료도 풍부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