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빠진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여당은 기금의 법적 근거를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음주부터 법안 심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부가 기간산업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점이다. 이 기금을 통한 지원이 ‘경영 간섭’을 넘어 ‘국유화’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23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은법 개정안은 산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원은 산은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채권이다. 산은은 이렇게 조성한 기금을 대출, 채무 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간산업 기업에 공급한다. 다만 기금 출자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지원금액의 15~20%를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상화 이익 공유 장치’의 근거 조항도 담았다. 이 기금으로 출자할 때 상법·자본시장법상 한도를 초과해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기업이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보통주(의결권 있는 주식) 취득은 못 한다는 의미”라며 “우선주(의결권 없는 주식)만 제한 없이 취득하게 해 국유화 논란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자금을 지원할 때 고용 유지, 경영성과 공유 등의 조건을 걸 수 있다. 지원금은 배당, 자사주 취득, 임원 보수 지급 등에 쓸 수 없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당초 24일까지 산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지만, 여당이 대신 발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절차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오는 28일까지 기금채권 국가보증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다음주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열어 이들 안건을 처리하고, 본회의에서 추경안과 함께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우/임도원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