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자원·교육 등 1천200만달러 지원…덴마크 정치권선 "도덕적 비난받아야"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사고 싶다고 발언해 덴마크와 마찰을 빚은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 경제 원조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란드는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덴마크 정치권에서는 갈등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 비판적인 반응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천연자원과 교육 분야에 초점을 맞춰 그린란드에 1천210만 달러의 경제 원조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 트럼프가 사고싶다한 그린란드에 자금지원…떨떠름한 덴마크
그린란드는 미국이 북극의 군사 주둔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에 군사적 증강에 나서면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을 위해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5만6천명이 거주하는 그린란드는 17개 도시 간 도로가 제대로 없고 상업용 국제공항도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덴마크 정부의 보조에 기대고 있다.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2009년부터 자치권 확대를 달성했지만, 외교와 국방, 통화 정책 등은 여전히 덴마크에 의존한다.

미국의 이번 지원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세계 최대의 섬인 그린란드 구입 의향을 내비치고 덴마크 정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당시 "터무니 없다.

진지한 의미를 둔 것이 아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앞둔 덴마크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에 "형편없고 부적절하다"고 받아치기도 했지만 이후 프레데릭센 총리와 통화한 뒤 "멋진 여성"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미, 트럼프가 사고싶다한 그린란드에 자금지원…떨떠름한 덴마크
이런 앙금 때문인지 미국의 지원 계획에 대한 덴마크 정치권의 반응은 곱지 않다.

덴마크 정부를 지지하는 사회주의인민당의 카르스텐 홍에 외교위 위원은 "그들(미국)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며 "가까운 동맹이 이런 식으로 그린란드와 덴마크 사이의 분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당인 덴마크인민당의 소렌 에스페르센도 "재정 원조는 제3세계 국가에 언급하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린란드는 성명을 내고 이 기금이 광물산업, 관광업, 교육을 포함해 민간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미국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