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항공 마일리지 쌓는 '신공' 따로 있다는데…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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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에 ‘부먹파’와 ‘찍먹파’가 있듯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즐겨찾는 소비자도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일명 ‘수단파’와 ‘목적파’다.
‘수단파’는 마일리지를 쓰기 위해 모은다. 이들에게 마일리지는 먼 훗날 공짜 항공권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평소에 카드사 포인트 적립이나 소소한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올인’한다.
‘목적파’에게 항공 마일리지는 무료 항공권보다 중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 마일리지를 채워 항공사 우수고객 등급 유지가 목표다. 이들은 ‘마일런(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일부러 여러 항공편을 탑승하는 일)’까지 해가면서 마일리지를 쌓는데 열을 올린다. 이들에게 ‘카드는 거들뿐’이다. 신용카드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은 등급 산정에 크게 반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먹파와 찍먹파의 숫자는 비슷할지 몰라도 수단파와 목적파 중에선 단연 수단파가 많다. 그런데 최근 무료 항공권이나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를 중시하는 수단파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 자체가 막혀버렸으니 쓸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들이 쓰기 어렵게 ‘개악’한 것도, 높은 마일리지 적립률로 ‘혜자카드’라 불리던 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마일리지 적립의 궁극적인 비책으로 불리던 ‘삼포(삼성포인트)적금’도 막혔다. 삼포적금은 매달 적금을 붓듯이 현금으로 10만원씩 다른 회사의 포인트를 사서 각기 다른 멤버십 포인트 간 7~8번의 ‘포인트 전환’ 과정을 거쳐 삼성카드 포인트를 만들고, 이를 다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매우 복잡한 경로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방법이었지만 카드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이를 보고만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 언제나 기회가 있는 법. 지금은 오히려 ‘공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틈’일 수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마일리지 카드 발급 이벤트를 주목하면 ‘집콕’하면서도 장거리 왕복하는 것 이상으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새해 맞이 신용카드를 ‘리빌딩’하며 기존 사용하던 신용카드 한 장을 해지하고 마일리지 카드 두 장을 새로 발급받았다. 연회비는 기존 4만9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1만원 늘었지만 A씨는 ‘나쁘지 않은 딜’이라 여겼다. 카드 두 장을 새로 발급받는 조건으로 9000마일리지나 적립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카드와 연회비가 4만9000원으로 같은 ‘신한 에어원 카드’를 발급받았다. A씨는 신규회원이 카드 발급 후 ‘페이판’ 앱에 등록해 한 달여간 유지만 하면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2500마일을 받았다. 발급 후 한 달여간 50만원 이상 결제하면 마일리지를 추가로 주는 이벤트를 통해서도 1500마일을 추가로 챙겼다. ‘씨티 메가마일 카드’도 발급받아 40만원 이상 두 달을 사용하고 5000마일을 받았다. 적립 조건이 모호하고 까다로워 고생했지만 연회비는 1만원에 불과해 부담은 적었다.
A씨는 이벤트 외에도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월평균 약 700마일리지를 적립했다. 1월 이후 A씨가 항공 탑승 한 번 없이 쌓은 마일리지는 약 1만2000마일리지에 달한다. 기존 사용 카드 연회비에서 1만원을 추가로 내고 평소대로 신용카드를 쓰면서 얻은 ‘소득’이다. 프랑스 파리까지 ‘마일리지 100% 적립 가능’ 좌석으로 항공편을 왕복으로 탑승하고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가 1만1200마일리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딜’이다.
올해 초부터 대부분의 카드회사가 이같은 마일리지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그동안 마일리지 이벤트에 매우 ‘인색하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이벤트가 쏟아졌다. 지난 3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과 맞물렸다.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삼성카드가 ‘앤마일리지 플래티넘’ 카드 이벤트로 4000마일리지, 롯데카드는 ‘아임욜로 플래티넘’으로 3000마일리지,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 마일리지’로 2000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더 나아가 지난달부터 엘포인트, OK캐시백과도 이벤트를 진행했다. 포인트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포인트를 캐시백해주는 형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카드회사와 손잡고 마일리지 지급 이벤트를 이처럼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필요없는 신용카드를 무작정 발급받는 것은 개인 신용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1년간 신규 연회비 혜택도 끝났겠다, 카드사도 갈아타고 싶다면? 기왕이면 마일리지라도 왕창 받는 것이 ‘현명한 금융소비자’ 아닐까.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수단파’는 마일리지를 쓰기 위해 모은다. 이들에게 마일리지는 먼 훗날 공짜 항공권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평소에 카드사 포인트 적립이나 소소한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올인’한다.
‘목적파’에게 항공 마일리지는 무료 항공권보다 중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 마일리지를 채워 항공사 우수고객 등급 유지가 목표다. 이들은 ‘마일런(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일부러 여러 항공편을 탑승하는 일)’까지 해가면서 마일리지를 쌓는데 열을 올린다. 이들에게 ‘카드는 거들뿐’이다. 신용카드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은 등급 산정에 크게 반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먹파와 찍먹파의 숫자는 비슷할지 몰라도 수단파와 목적파 중에선 단연 수단파가 많다. 그런데 최근 무료 항공권이나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를 중시하는 수단파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 자체가 막혀버렸으니 쓸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들이 쓰기 어렵게 ‘개악’한 것도, 높은 마일리지 적립률로 ‘혜자카드’라 불리던 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마일리지 적립의 궁극적인 비책으로 불리던 ‘삼포(삼성포인트)적금’도 막혔다. 삼포적금은 매달 적금을 붓듯이 현금으로 10만원씩 다른 회사의 포인트를 사서 각기 다른 멤버십 포인트 간 7~8번의 ‘포인트 전환’ 과정을 거쳐 삼성카드 포인트를 만들고, 이를 다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매우 복잡한 경로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방법이었지만 카드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이를 보고만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 언제나 기회가 있는 법. 지금은 오히려 ‘공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틈’일 수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마일리지 카드 발급 이벤트를 주목하면 ‘집콕’하면서도 장거리 왕복하는 것 이상으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새해 맞이 신용카드를 ‘리빌딩’하며 기존 사용하던 신용카드 한 장을 해지하고 마일리지 카드 두 장을 새로 발급받았다. 연회비는 기존 4만9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1만원 늘었지만 A씨는 ‘나쁘지 않은 딜’이라 여겼다. 카드 두 장을 새로 발급받는 조건으로 9000마일리지나 적립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카드와 연회비가 4만9000원으로 같은 ‘신한 에어원 카드’를 발급받았다. A씨는 신규회원이 카드 발급 후 ‘페이판’ 앱에 등록해 한 달여간 유지만 하면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2500마일을 받았다. 발급 후 한 달여간 50만원 이상 결제하면 마일리지를 추가로 주는 이벤트를 통해서도 1500마일을 추가로 챙겼다. ‘씨티 메가마일 카드’도 발급받아 40만원 이상 두 달을 사용하고 5000마일을 받았다. 적립 조건이 모호하고 까다로워 고생했지만 연회비는 1만원에 불과해 부담은 적었다.
A씨는 이벤트 외에도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월평균 약 700마일리지를 적립했다. 1월 이후 A씨가 항공 탑승 한 번 없이 쌓은 마일리지는 약 1만2000마일리지에 달한다. 기존 사용 카드 연회비에서 1만원을 추가로 내고 평소대로 신용카드를 쓰면서 얻은 ‘소득’이다. 프랑스 파리까지 ‘마일리지 100% 적립 가능’ 좌석으로 항공편을 왕복으로 탑승하고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가 1만1200마일리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딜’이다.
올해 초부터 대부분의 카드회사가 이같은 마일리지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그동안 마일리지 이벤트에 매우 ‘인색하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이벤트가 쏟아졌다. 지난 3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과 맞물렸다.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삼성카드가 ‘앤마일리지 플래티넘’ 카드 이벤트로 4000마일리지, 롯데카드는 ‘아임욜로 플래티넘’으로 3000마일리지,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 마일리지’로 2000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더 나아가 지난달부터 엘포인트, OK캐시백과도 이벤트를 진행했다. 포인트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포인트를 캐시백해주는 형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카드회사와 손잡고 마일리지 지급 이벤트를 이처럼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필요없는 신용카드를 무작정 발급받는 것은 개인 신용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1년간 신규 연회비 혜택도 끝났겠다, 카드사도 갈아타고 싶다면? 기왕이면 마일리지라도 왕창 받는 것이 ‘현명한 금융소비자’ 아닐까.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