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웃들의 대피를 도운 카자흐스탄 외국인 노동자 알리 씨. 장선옥 손양초교 교감 제공.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웃들의 대피를 도운 카자흐스탄 외국인 노동자 알리 씨. 장선옥 손양초교 교감 제공.
불법체류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주민들의 대피를 돕다가 중증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 알리(28)에 대해 법무부가 체류자격 변경 절차에 착수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23일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 중인 알리를 찾아가 체류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안내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류 절차가 모두 끝나면 알리는 화상 치료가 끝날 때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서류 검토를 거쳐 현재 불법체류 신분인 알리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회복 시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한 기타(G-1) 비자를 발급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알리가 추후 의상자로 지정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알리는 지난달 23일 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자신의 원룸 주택 건물에서 불이 나자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이웃을 구조하다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의 도움으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0여명이 대피할 수 있었다.

알리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법무부에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당초 알리가 내달 1일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리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청원이 잇따랐다. 이 청원에는 현재 1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LG복지재단은 알리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 상을 받는 외국인은 2017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니말(41)씨에 이어 두 번째다. 니말씨는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니말씨도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가운데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