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스포티파이 상륙, 수익 배분 바꾸는 네이버…음원 시장 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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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서울 사무소 설립
음원유통 강자 韓입성 '초읽기'
'비례 배분제'에 반기 든 네이버
사용료 정산방식 차별화 나서
음원유통 강자 韓입성 '초읽기'
'비례 배분제'에 반기 든 네이버
사용료 정산방식 차별화 나서
국내 음원 유통시장의 판도가 흔들릴까. 글로벌 1위 음원 유통업체인 스포티파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음원 이용료 수익 배분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용자 확보에 나선다.
○한국 공식 진출 앞둔 스포티파이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서울 대치동의 한 공유오피스에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했다.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총괄이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그동안 몇 차례 국내 저작권자들과 접촉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했다”며 “이번 한국 사무실 설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음원유통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원 유통시장의 강자다. 지난해 10월 기준 사용자는 2억4800만 명, 유료 회원만 1억1300만 명에 이른다. 이용자 맞춤형 음원 추천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홍콩, 대만 등지에 이미 진출했다. 정식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국내에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PN(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활용해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는 것은 국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장은 2017년 68억8500만달러에서 올해 110억6300만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한국의 음원 유통시장 규모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에 이어 여덟 번째로 큰 것으로 분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음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2위 음원 유통 서비스인 애플뮤직도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직 1% 정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는 기존 정산 방식에 반기
국내 업체 중에서는 네이버의 반격을 주목해볼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월 기준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4.9%다. 멜론(38.6%), 지니뮤직(25.7%), 플로(17.7%)에 이어 4위다.
네이버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개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한다. 음원 서비스 ‘바이브’에 새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상반기 중 도입한다. 소비자가 낸 요금을 정산할 때 해당 사용자가 직접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다른 음원 유통업체들은 ‘비례 배분제’를 적용해왔다. 소비자들이 낸 전체 음원 이용 요금을 모은 뒤 곡별 재생 횟수를 따져 그 비중에 따라 수익을 가수, 작곡자, 음원 제작자 등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기존 비례 배분제 방식이 소비자가 직접 듣지도 않은 음원에 이용료가 나가는 등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A와 B만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에서 각각 한 달에 1만원씩 음원 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동안 A는 가수 C의 노래를 10번 듣고, B는 가수 D의 노래를 90번 들었다. 비례 배분제를 적용하면 가수 D에게 가는 저작권료는 전체 2만원의 90%인 1만8000원이다. 반면 가수 C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는 2000원(10%)에 그친다.
네이버의 정산 방식이라면 가수 C와 D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1만원씩으로 같다. 네이버 방식으로 정산 방식이 바뀌어도 소비자가 내는 이용료가 증가하거나 감소하지는 않는다. 음원 정산의 기준을 전체 이용자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만 바꾸는 셈이다. 네이버는 ‘내 돈이 내가 듣는 음악을 만든 가수에게 그대로 간다’는 점을 내세워 음원 시장의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방식 고수하는 상위업체
카카오(멜론), KT(지니뮤직) 등 다른 업체들은 당분간 기존 정산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방식은 저작권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수년간 협의를 거쳐 정한 것”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따른 정산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례 배분제는 또 정산 방식이 단순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사용료의 주기가 빠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음원의 가치 책정에 대한 논란도 적다. 비례 배분제에서는 전체 재생 횟수에서 비중만 따져 정산하기 때문에 곡당 단가가 같다. 하지만 네이버 방식은 같은 곡이라도 사용자의 재생 횟수에 따라 음원의 가치가 달라진다.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방탄소년단(BTS)의 ‘ON’만 10번 듣는 이용자에게는 곡당 단가가 1000원이다. 반면 1000번을 듣는 소비자에게는 단가가 10원에 불과하다.
정산 방식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저작권자 측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네이버의 시도는 음원 사재기 등 음원 유통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면서도 “아직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한국 공식 진출 앞둔 스포티파이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서울 대치동의 한 공유오피스에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했다.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총괄이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그동안 몇 차례 국내 저작권자들과 접촉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했다”며 “이번 한국 사무실 설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음원유통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원 유통시장의 강자다. 지난해 10월 기준 사용자는 2억4800만 명, 유료 회원만 1억1300만 명에 이른다. 이용자 맞춤형 음원 추천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홍콩, 대만 등지에 이미 진출했다. 정식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국내에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PN(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활용해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는 것은 국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장은 2017년 68억8500만달러에서 올해 110억6300만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한국의 음원 유통시장 규모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에 이어 여덟 번째로 큰 것으로 분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음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2위 음원 유통 서비스인 애플뮤직도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직 1% 정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는 기존 정산 방식에 반기
국내 업체 중에서는 네이버의 반격을 주목해볼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월 기준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4.9%다. 멜론(38.6%), 지니뮤직(25.7%), 플로(17.7%)에 이어 4위다.
네이버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개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한다. 음원 서비스 ‘바이브’에 새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상반기 중 도입한다. 소비자가 낸 요금을 정산할 때 해당 사용자가 직접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다른 음원 유통업체들은 ‘비례 배분제’를 적용해왔다. 소비자들이 낸 전체 음원 이용 요금을 모은 뒤 곡별 재생 횟수를 따져 그 비중에 따라 수익을 가수, 작곡자, 음원 제작자 등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기존 비례 배분제 방식이 소비자가 직접 듣지도 않은 음원에 이용료가 나가는 등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A와 B만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에서 각각 한 달에 1만원씩 음원 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동안 A는 가수 C의 노래를 10번 듣고, B는 가수 D의 노래를 90번 들었다. 비례 배분제를 적용하면 가수 D에게 가는 저작권료는 전체 2만원의 90%인 1만8000원이다. 반면 가수 C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는 2000원(10%)에 그친다.
네이버의 정산 방식이라면 가수 C와 D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1만원씩으로 같다. 네이버 방식으로 정산 방식이 바뀌어도 소비자가 내는 이용료가 증가하거나 감소하지는 않는다. 음원 정산의 기준을 전체 이용자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만 바꾸는 셈이다. 네이버는 ‘내 돈이 내가 듣는 음악을 만든 가수에게 그대로 간다’는 점을 내세워 음원 시장의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방식 고수하는 상위업체
카카오(멜론), KT(지니뮤직) 등 다른 업체들은 당분간 기존 정산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방식은 저작권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수년간 협의를 거쳐 정한 것”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따른 정산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례 배분제는 또 정산 방식이 단순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사용료의 주기가 빠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음원의 가치 책정에 대한 논란도 적다. 비례 배분제에서는 전체 재생 횟수에서 비중만 따져 정산하기 때문에 곡당 단가가 같다. 하지만 네이버 방식은 같은 곡이라도 사용자의 재생 횟수에 따라 음원의 가치가 달라진다.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방탄소년단(BTS)의 ‘ON’만 10번 듣는 이용자에게는 곡당 단가가 1000원이다. 반면 1000번을 듣는 소비자에게는 단가가 10원에 불과하다.
정산 방식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저작권자 측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네이버의 시도는 음원 사재기 등 음원 유통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면서도 “아직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