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사진=한경DB
펭수 /사진=한경DB
이렇게 흥미로운 '선 넘기'가 또 있을까.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탄생한 캐릭터 펭수가 콘텐츠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물로 출발한 이 펭귄 캐릭터는 어느새 웬만한 연예인의 인기를 능가하는 스타성까지 장착했다. 방송가를 장악한 데 이어 책, 음악 등의 콘텐츠까지 생산해내며 대중문화산업 간 경계를 제대로 허물고 있다.

2019년 3월에 시작한 '자이언트 펭TV'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개설 7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고, 이내 인기에 가속이 붙어 그로부터 2달 뒤 구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콘텐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단연 캐릭터 펭수의 역할이 컸다.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뚝딱이, 뿡뿡이, 번개맨 등에 이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었다. 펭수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매력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폭넓게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그렇게 펭수는 콘텐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쓰기 시작했다. 펭수의 인기는 단순히 캐릭터의 '활용'에 그치는 것이 아닌 '확장'과 '생산'의 개념을 더했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일회적으로 소모되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 제작의 핵심 요소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펭수가 지닌 스타성 덕분에 가능했는데, 남극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펭귄이라는 콘셉트 설정과 여기에 부여된 다채로운 스토리들이 적절히 들어맞은 게 한몫했다.

콘텐츠 속 캐릭터라는 단순 개념에서 벗어나 스타성이 가미되자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방송, 광고 업계는 물론 음악 분야에서도 인기 크리에이터로서 펭수를 모셔가기 위해 나섰다. 펭귄 캐릭터가 게스트로 라디오 부스에 들어서는가 하면, 국민MC인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시상자로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놀라운 광경도 펼쳐졌다.

출판 업계도 들썩였다.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출시 3시간 만에 1만 부가 팔려나갔다. 1분당 56권이 팔린 셈이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빌보드 진출을 노리며 '펭수로 하겠습니다'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펭수로 하겠습니다'는 지니뮤직이 EBS와 손잡고 세계 펭귄의 날을 기념해 공개한 것으로, 음원은 발표 후 국내 음원사이트 차트인에 성공, 이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음원 수익은 환경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사진=동원F&B, 빙그레
사진=동원F&B, 빙그레
콘텐츠적으로도, 스타성으로도 뒤쳐지지 않으니 펭수 효과는 일석이조다. 이에 광고계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다. 펭수가 등장하는 광고는 LG생활건강 샤프란, 빙그레 붕어싸만코, 광동제약 비타500, 동원참치, KGC인삼공사 정관장 등 수없이 많다. 이 브랜드들은 '콘텐츠 스타' 펭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펭수와 손나은을 모델로 선보인 동원참치 광고는 공개 20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고, 펭수가 설을 맞아 남극에 있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KGC인삼공사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

유튜브 구독자 200만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펭수의 몸값을 업계는 5억, 높게는 7억까지 보고 있다. 펭수와의 협업 비용도 조건에 따라 수백만원대부터 시작해 수천만원대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국내 1분기 유튜브 광고 리더보드 탑 10에는 펭수가 등장하는 광고가 3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KGC인삼공사의 '펭수의 귀향'편, 동원참치 '캔을 바로 따'편, 빙그레의 '붕어싸만코X펭수'편이 그것이다. 특히 빙그레의 '붕어 싸만코'는 펭수를 모델로 발탁한 후 매출이 전년 동기 5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 증대 측면에서도, 콘텐츠 홍보 효과 면에서도 막대한 펭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최근에는 기상캐스터로서 날씨를 전하는 펭수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콘텐츠와 캐릭터를 넘어 스타로서의 가치를 자랑하며 발칙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펭수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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