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兆 사기 '라임 몸통' 검거…檢, 정·관계 로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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錢主 김봉현·설계자 이종필 체포
경찰, 전문검거팀 20명 투입
5개월간 용의주도 도피 행각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나
경찰, 전문검거팀 20명 투입
5개월간 용의주도 도피 행각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나
‘희대의 금융사기’로 불리는 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잠적 5개월 만에 붙잡히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와 함께 라임펀드 자금을 쌈짓돈처럼 쓰며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같이 잡히면서 수사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임 사태는 2008년 월가 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비슷한 사건이다. 이 전 부사장은 시중은행·증권회사에서 ‘폰지 사기’ 수법으로 부실 라임 헤지펀드를 팔아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연루된 용의자만 수십 명에 달한다. 하지만 라임 사태의 ‘몸통’이 잠적한 탓에 검찰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다. 이번에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한꺼번에 체포하면서 라임 사태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인물 셋 한꺼번에 검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24일 경찰로부터 이 전 부사장의 신병을 인계받아 첫 조사를 시작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밤 9시께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체포했다. 경기남부청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월 수원여객에서 일으킨 162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캐나다 국적인 이 전 부사장은 작년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 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과 함께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이들은 해외로 밀항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부산과 전남 목포 등을 거쳐 서울에서 거처를 옮겨다니며 숨어 있었다. 라임의 그림자 실세 역할을 했던 김 전 회장은 이들의 피신을 돕다가 자신도 쫓기는 신세가 되자 함께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로 김 전 회장의 동선을 추적한 뒤 20명 가까운 전문 검거팀을 투입해 그를 붙잡았다. 함께 집에 있던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도 함께 검거했다. 이들은 대포폰 수십 개를 쓰고 강남 호텔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경찰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미줄 횡령 풀 열쇠”
검찰이 주범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라임 사태는 이 전 부사장이 운용하던 라임 펀드를 중심으로 코스닥 기업과 부동산 시행업체, 글로벌 무역금융을 축으로 수많은 사기 사건이 거미줄처럼 연루돼 있다.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 없이 수많은 사건을 기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검찰 수사는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임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여부 △코스닥 기업 등에서 자금 횡령 배임 여부 △정·관계 로비 여부 등이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이 사태의 핵심 몸통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고객 자금을 부실 자산에 투자해 자금을 뒤로 빼고 투자자와 판매사를 기망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전 회장 등 수많은 코스닥 작전 세력과 결탁해 횡령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전방위 로비를 통해 해결사로 나서면서 라임의 숨은 실세로 부상한 인물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월 환매 중단한 라임펀드에서 195억원을 빼내 김 전 회장이 지배하는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를 사들이면서 그의 횡령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지나
검찰은 라임 주범들의 금융당국과 정·관계 로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안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검찰은 라임이 펀드를 조성·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에 부실이 없었는지 수사해왔다.
검찰은 19일 김 전 회장의 고향 친구이자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김모 전 금감원 팀장도 구속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라임 사태를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1조원 넘게 라임 펀드를 판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에 대해 “여기가 키(key)다. 라임을 이분이 다 막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로 도피한 핵심 인물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모 메트로폴리탄(테트라건설) 회장과 김모 전 수원여객 전무, 김모 리드 회장 등이다.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은 라임 펀드 자금 2500억원을 투자받아 2000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관심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 전 부사장과 짜고 회삿돈 8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박모 전 리드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양길성/조진형 기자 vertigo@hankyung.com
라임 사태는 2008년 월가 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비슷한 사건이다. 이 전 부사장은 시중은행·증권회사에서 ‘폰지 사기’ 수법으로 부실 라임 헤지펀드를 팔아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연루된 용의자만 수십 명에 달한다. 하지만 라임 사태의 ‘몸통’이 잠적한 탓에 검찰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다. 이번에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한꺼번에 체포하면서 라임 사태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인물 셋 한꺼번에 검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24일 경찰로부터 이 전 부사장의 신병을 인계받아 첫 조사를 시작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밤 9시께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체포했다. 경기남부청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월 수원여객에서 일으킨 162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캐나다 국적인 이 전 부사장은 작년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 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과 함께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이들은 해외로 밀항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부산과 전남 목포 등을 거쳐 서울에서 거처를 옮겨다니며 숨어 있었다. 라임의 그림자 실세 역할을 했던 김 전 회장은 이들의 피신을 돕다가 자신도 쫓기는 신세가 되자 함께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로 김 전 회장의 동선을 추적한 뒤 20명 가까운 전문 검거팀을 투입해 그를 붙잡았다. 함께 집에 있던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도 함께 검거했다. 이들은 대포폰 수십 개를 쓰고 강남 호텔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경찰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미줄 횡령 풀 열쇠”
검찰이 주범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라임 사태는 이 전 부사장이 운용하던 라임 펀드를 중심으로 코스닥 기업과 부동산 시행업체, 글로벌 무역금융을 축으로 수많은 사기 사건이 거미줄처럼 연루돼 있다.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 없이 수많은 사건을 기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검찰 수사는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임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여부 △코스닥 기업 등에서 자금 횡령 배임 여부 △정·관계 로비 여부 등이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이 사태의 핵심 몸통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고객 자금을 부실 자산에 투자해 자금을 뒤로 빼고 투자자와 판매사를 기망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전 회장 등 수많은 코스닥 작전 세력과 결탁해 횡령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전방위 로비를 통해 해결사로 나서면서 라임의 숨은 실세로 부상한 인물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월 환매 중단한 라임펀드에서 195억원을 빼내 김 전 회장이 지배하는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를 사들이면서 그의 횡령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지나
검찰은 라임 주범들의 금융당국과 정·관계 로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안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검찰은 라임이 펀드를 조성·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에 부실이 없었는지 수사해왔다.
검찰은 19일 김 전 회장의 고향 친구이자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김모 전 금감원 팀장도 구속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라임 사태를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1조원 넘게 라임 펀드를 판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에 대해 “여기가 키(key)다. 라임을 이분이 다 막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로 도피한 핵심 인물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모 메트로폴리탄(테트라건설) 회장과 김모 전 수원여객 전무, 김모 리드 회장 등이다.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은 라임 펀드 자금 2500억원을 투자받아 2000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관심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 전 부사장과 짜고 회삿돈 8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박모 전 리드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양길성/조진형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