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이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을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들었다. 위헌 논란을 정면 돌파하면서 야당에 코로나지원금 합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이론적으로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4월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했기 때문에 5월 15일까지는 회기 중”이라며 “그게 지나고 나서 국회가 열릴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정부나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경정예산안 불발 시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을 시사했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 대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국회를 열어두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긴급재정명령권은 헌법상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발동된 사례는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금융실명제 시행이 유일하다.

통합당 내에서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골치 아프게 싸우니 긴급한 사태에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이라는 제도가 있다”며 “빨리빨리 안 되면 발동해서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총선 과정에서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을 주장했다.

여당은 원칙적으로 국회에서 야당과 협의해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당 일각에서)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라고 하는데, 이것은 조금 안 해도 되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여야가 합의해 추경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임도원/고은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