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을 맞았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을 맞았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자금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정부의 긴급 유동성 수혈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게 된 대한항공은 "위기 극복과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 경감으로 24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을 맞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큰 선물을 받게 됐다.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1조2000억원 중 2000억원은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된다. 이와 함께 화물 운송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ABS를 인수한다.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6월에 인수해 산은과 수은이 대한항공의 지분 10.8%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대한항공이 신청할 경우 신속 인수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를 포함하면 대한항공에 모두 1조4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최근에 갚은 4월 만기 회사채(2400억원)를 제외해도 올해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 3조8000억원 규모를 갚아야 한다.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9000억원 규모다.

재무 안정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정부가 긴급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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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KCGI)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고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의 90%가 운항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항공업에 정부와 국책은행이 적시에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마련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항공산업이 자본·고용 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직원의 안정적인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에 대한 지원 취지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 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조 회장이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한진그룹은 올해 별도의 취임 1주년 행사는 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임을 고려한 조치다. 대한항공의 경영 악화 뿐 아니라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누나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 상황인 만큼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한편, 대한항공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정부의 지원책에 맞춰 대주주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자구안의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항공사 신용등급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의 자금 조달 수단은 사실상 유상증자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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