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규모 증자를 추진한다. 두 국책은행에 총 2조∼4조원 안팎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본지 4월 20일자 A14면 참조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6월 초 나올 3차 추경안에는 산은과 수은의 자본 확충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자본 확충 문제는 통상 본예산을 짤 때 논의하지만 이번엔 추경에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 조선·해운업 사태 때 주식 현물출자 방식으로 산은에 2조원, 수은에 1조원을 증자한 적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와 비슷한 2조~4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은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서 중책을 떠안으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돼 왔다. 산은은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 회사채 차환 프로그램·신속인수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차환 지원 등에 2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은도 수출입 기업 등에 20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국회 동의를 받아야 성사될 수 있다. 산은과 수은은 비상시 후순위채(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를 찍어 건전성지표를 관리할 계획이다.

산은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가동을 앞두고 27일부터 기업들의 신청을 받는다. 다음달 1차 지원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만기가 다가오는 공모 회사채를 상환할 목적으로 기업이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은이 이 중 80%를 사들여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지난 24일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 참여기관들이 공동 협약을 맺었다. 산은과 수은을 포함한 17개 은행, 신용보증기금, 공동으로 조성한 회사채시장 안정화 펀드를 통해 증권사들이 참여했다.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는 다시 이들 참여기관이 일정 비율로 나눠 매입한다.

항공, 관광, 유통 등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대기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올 하반기 돌아오는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이 제도로 차환 발행하는 방안을 산은과 협의하고 있다.

임현우/박종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