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앨범 스텔라장 "변화무쌍 20대 후반…순간의 기록
"실제로 인지도와 인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제가 매일을 사는 것에서 뭔가 달라지는 순간 저는 망할 거 같아요.

그냥 계속 살던 대로 살아야죠.(웃음)"
2016년 발표한 '컬러스'(Colors)가 해외 SNS에서 뒤늦게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며 '글로벌 역주행곡'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첫 정규앨범은 초도 물량이 매진됐고 '컬러스'가 수록된 EP(미니음반)도 재발매 두 시간 만에 동났다.

하지만 달라진 인지도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본명 장성은·29)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소소한 경사에 멘탈이 좌우되는 순간 너무 위험해지는 것 같아요.

"
그의 현실적인 답처럼 스텔라장 음악에도 '컬러스'의 상큼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서가 있다.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이라며 월급을 고대하고('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며 연인의 '환승이별'을 원망하는('환승입니다') 등 오히려 지극히 구체적인 현실을 노래한다.

그 일상성을 센스있게 비튼 덕에 웃으며 공감하게 된다.

스텔라장이 지난 7일 선보인 첫 정규앨범 'STELLA(스텔라) Ⅰ'에서도 일상 속에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빌런'(Villain)은 누구에게나 숨겨진 악마 같은 양면성을 화두로 꺼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스텔라장은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다 이기적인 면이 있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는 것을 20대 후반을 거치며 다양한 인간관계 에피소드를 통해 느꼈다"고 '빌런'을 만든 배경을 전했다.

첫 정규앨범 스텔라장 "변화무쌍 20대 후반…순간의 기록
그런 생각이 노래가 된 중요한 계기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작년 앨범 '속물들'에 실린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를 듣고서였다.

그는 "그 곡이 첫 트랙이었는데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를 못하겠더라. 계속 들었다"며 "똑같은 주제를 좀 더 발랄하게, 날것으로 만든 곡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니컬한 화자가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경쾌한 분위기가 뮤지컬 넘버도 연상시킨다.

이 곡으로 음악방송에 출연해 댄서들과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는 "율동"이라며 "댄서들 동선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전했다.

다른 타이틀곡 '리얼리티 블루'(Reality Blue)는 휴가를 바라보고 사는 직장인이라면 자기 얘기라고 느낄 법하다.

현실에서 도피하려 여행을 떠나지만 돌아와 바뀐 게 없는 현실에 공허함을 느끼는 얘기다.

역시 스텔라장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를 한창 들은 무렵 거기에 꽂힐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일들이 있었어요.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자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면서 즉흥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뉴욕에 갔어요.

열흘 정도를 보내고 '아 정말 행복하다' 하면서 한국에 돌아왔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다녀오면 괜찮을 거란 말은 예쁜 거짓말에 불과하단 생각에 '오 프리티 라이~'(Oh pretty lie) 대목부터 가사를 두 줄 써놨죠."
그는 "앨범도 어떤 순간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영원히 못내놓는 곡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그동안 네 번의 EP를 낸 스텔라장의 첫 정규앨범이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만든 곡들을 추려 올 초부터 제대로 녹음과 편곡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낸 음반 중) 제일 열심히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앨범 소개 글에는 "질풍노도의 20대 후반을 지나며 저를 스쳐간 생각과 멜로디를 붙잡아 눌러 담은 앨범"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익히 알려졌지만, 스텔라장은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유학을 떠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졸업했고 이후 뮤지션으로 전업했다.

20대 후반은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걸은 시기다.

왜 '질풍노도'라고 표현했을까.

그는 "20대 후반이 딱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서 보낸 시기였는데 매 1년이 너무 다이내믹하고 변화무쌍해서 적응하는 것만도 벅찼다"며 "그 와중에 조금씩 생각도 바뀌게 됐다"고 했다.

프랑스 유학 이력과 6개 국어를 한다는 점 등으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주목받은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화제성에 얽매이지 않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그런 일들이 하나하나 제 인생을 바꿔놓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어요.

감사하면서 넘어가야 하는 한 단계일 뿐이죠.…'소소한 경사에 너무 들뜨지 말자' 일찍 터득할수록 마음이 편한 부분인 것 같아요.

"
첫 정규앨범 스텔라장 "변화무쌍 20대 후반…순간의 기록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들 음악을 좋아했다는 스텔라장은 그때 들은 음악이 여전히 자신에게 '코어'라며 "그 당시에는 가사가 가지는 파워가 지금보다 셌던 거 같다.

그 부분은 항상 가지고 가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