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車 선방은 '환율 효과'…2분기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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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强달러 효과 톡톡
삼성전자·현대차 환차익으로
매출 각각 3.1兆, 7580억 늘어
2분기부터 환율 안정되면
'好실적 착시효과' 사라질 수도
삼성전자·현대차 환차익으로
매출 각각 3.1兆, 7580억 늘어
2분기부터 환율 안정되면
'好실적 착시효과' 사라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던 국내 간판 기업 중 일부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그 배경으로 ‘환율 효과’가 꼽힌다. 이들 기업은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달러화로 발생하는데, 지난 1분기 진행된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원화로 환산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되는 2분기에는 이 같은 ‘깜짝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분기 실적, 환율 착시 효과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은 1분기 증권사 추정치보다 높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과 실제 실적 간 차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환율 변수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달러당 1125원8전이었던 환율은 올 1분기 1193원60전으로 1년 만에 68원52전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수출 기업이 줄줄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선방’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5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모든 계약을 달러로 했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1분기 환율(1125원8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매출을 다시 계산하면 1분기 매출 규모는 51조8427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어든다.
2분기 수요 위축 불가피
기업들도 실적 발표에서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판매 물량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1조4010억원의 손해를 봤지만, 환차익(7580억원)으로 손해분을 상쇄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도 환율의 영향으로 219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했다. 물량의 95%가량을 달러를 기준으로 계약하는 반도체는 환율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환율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산했다. 이 밖에도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수출 기업들이 1분기 환율 덕분에 실적 개선 효과를 봤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 착시 효과로 바라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거시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비안전자산인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 위축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는 2분기에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올 2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현대차는 국내와 중국에서만 생산·판매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3월부터는 북미, 유럽,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판매에 타격을 받았다.
점유율 확대 여부가 관건
관건은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기업보다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4분기부터 낸드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낸드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은 12%나 늘었다. 96단 3D(3차원) 낸드 수율 향상 및 제조 원가 절감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 데다 경쟁사 대비 우호적인 환율을 활용해 낸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기 국면에서 환율 상승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일본 기업들보다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은 1분기 증권사 추정치보다 높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과 실제 실적 간 차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환율 변수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달러당 1125원8전이었던 환율은 올 1분기 1193원60전으로 1년 만에 68원52전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수출 기업이 줄줄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선방’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5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모든 계약을 달러로 했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1분기 환율(1125원8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매출을 다시 계산하면 1분기 매출 규모는 51조8427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어든다.
2분기 수요 위축 불가피
기업들도 실적 발표에서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판매 물량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1조4010억원의 손해를 봤지만, 환차익(7580억원)으로 손해분을 상쇄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도 환율의 영향으로 219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했다. 물량의 95%가량을 달러를 기준으로 계약하는 반도체는 환율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환율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산했다. 이 밖에도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수출 기업들이 1분기 환율 덕분에 실적 개선 효과를 봤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 착시 효과로 바라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거시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비안전자산인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 위축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는 2분기에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올 2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현대차는 국내와 중국에서만 생산·판매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3월부터는 북미, 유럽,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판매에 타격을 받았다.
점유율 확대 여부가 관건
관건은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기업보다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4분기부터 낸드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낸드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은 12%나 늘었다. 96단 3D(3차원) 낸드 수율 향상 및 제조 원가 절감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 데다 경쟁사 대비 우호적인 환율을 활용해 낸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기 국면에서 환율 상승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일본 기업들보다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