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나라에서 최근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6일 ‘성장력 약화요인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추세는 1990년대 이후 5년 단위의 중기 추세분석에서 드러났다.

이는 최근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의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인 'GDP 갭률'은 2016~2019년 -4.5%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6~2000년의 -3.6%보다도 컸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파른 성장률 위축세는 국제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해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경제성장률 7위에서 15위, 잠재성장률 3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GDP 갭률은 1위에서 30위로 29계단이나 추락했다.

이 같은 가파른 위축세는 아일랜드의 사례와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추락한 기간 아일랜드는 OECD 34개국 중 경제성장률 30위에서 1위로, 잠재성장률 19위에서 1위로, GDP 갭률 31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 인하와 노사안정을 위한 사회연대협약 체결 등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평가다.

한경연은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위축은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 하락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평균 9.5%로 정점을 찍은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평균 3.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율은 2000년대 41.8%에서 2010년대 24.8%로 하락했다. 이는 성장위축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율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40% 내외 수준이었다가 2010년대에는 25%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경연은 우리 경제의 성장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성장률 결정요인 중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발전 단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노동과 자본투입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성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노동 투입을 늘리는 건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자본투입을 증가시키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자본이 누적적으로 축적될수록 한계 자본 생산성이 낮아지는 데다 법인세율 인상과 세제상 유인약화 등으로 자본투입 유인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총요소생산성 증대를 위해선 기업 관련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제개혁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 및 투자비용 감소를 통해 노동과 자본투입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경제 체질 약화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추세 속에 올해는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기술혁신과 규제개혁 및 법제도 선진화를 통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