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유럽 진출 '시동'…英 슈퍼카 출신 영업통 영입
현대자동차가 영국 슈퍼카 브랜드인 애스턴마틴 출신 영업 전문가를 영입했다. 2015년 11월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의 유럽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마비됐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유럽법인은 애스턴마틴의 유럽 영업을 책임졌던 엔리케 로렌자나(사진)를 유럽 영업총괄 책임자로 선임했다. 애스턴마틴은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가 탄 차로 잘 알려진 스포츠카 브랜드다. 대당 가격이 2억원을 웃돈다. 로렌자나 총괄은 앞서 이탈리아의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에서도 일하는 등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차는 로렌자나 총괄을 앞세워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망을 구축하고 판매 전략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유럽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제네시스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중동, 호주 시장에 상륙했다.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진출도 검토 중이다. 제네시스의 독립 브랜드 출범 이후 누적 판매량은 34만 대에 달한다. 이 중 9만 대(약 26%)가 해외에서 팔렸다.

제네시스는 스포츠 중형 세단 G70와 준대형 세단 G80,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 등 3개 모델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에 판매 거점을 갖추고, 체험센터 등도 설치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과 중국에서도 GV80를 판매할 것”이라며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선 메르세데스벤츠(2019년 기준 28.4%)와 BMW(26.2%), 아우디(23.0%) 등 독일 3사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2009년 현지에 진출한 일본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판매 부진으로 사실상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도 작년 시장 점유율이 1.5%에 그쳤다.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에 자리 잡으면 현대차의 인지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당장 유럽 자동차 시장이 회복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현지 진출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