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한국노총 "약속 이행방안 제시 먼저"
연봉 3천500만원 일자리 1천개 사라질라…"아이들 미래 생각해달라"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 ② "파경은 막자"…노사정 타협 절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곧잘 결혼에 비유된다.

광주시의 중매로 현대차와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혼인해 광주 글로벌모터스(GGM)를 잉태했다.

주례는 청와대가 맡고 정치권, 시민사회 등은 혼인을 보증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혼인 서약과 같은 노사 상생 발전 협정서 파기를 선언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는데 자꾸 집을 나간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웃, 친척들은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광주 총선 당선인들은 광주시, 한국노총 양자와 각각 간담회를 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총선 연대 행보를 이어온 터라 민주당 압승으로 선거가 끝나면서 좌초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에도 볕이 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사업을 성공시키자"는 구호에 그치는 당선인들의 중재 효과는 기대가 헛돼 보일 만큼 미미하다.

광주 10개 시민사회단체도 양자 면담 후 광주시, 노동계, 시민사회, 지역 정치권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했으나 노동계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 ② "파경은 막자"…노사정 타협 절실
이용섭 시장은 최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찾아 청와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동계가 빠지면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형 일자리의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1, 2대 주주로 참여한 GGM이 37개 기업·단체로부터 모은 자본금 2천300억원은 상반기 중 거의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로 필요한 3천454억원 금융권 차입 전망이 어두워졌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선정·지원 근거를 담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른 정부 지원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광주시는 "다투더라도 노사민정 협의의 틀에서 해결하자", 한국노총은 "약속 이행 방안을 먼저 제시하라"고 맞서 있다.

한국노총이 거론한 약속은 크게 주거·교육·의료 지원, 원하청 관계 개선을 위한 격차 해소, 투명 경영을 위한 노동계 참여 보장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사업이 흔들리면 광주시, GGM(현대차), 한국노총 등 노사정 3주체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갈등 관리가 취약한 광주시, 베일 속에 있는 GGM과 그 뒤의 현대차, 이탈과 복귀를 반복하는 한국노총 모두에 비난이 쏠릴 수밖에 없다.

GGM 주주총회가 시한으로 정한 29일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향방을 가늠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은 이때까지 노동계가 복귀하지 않으면 다시 총회를 열어 사업 진행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압박성 메시지로 읽히지만, 철회나 무산 등이 거론될 수 있는 여지만으로도 시민들은 암울해 한다.

직·간접 일자리까지 1만2천개가 생겨날 것이라는 예상에는 못 미치더라도 수천개는 될 것으로 보이는 신규 취업 기회를 걷어차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 ② "파경은 막자"…노사정 타협 절실
계획대로라면 GGM은 1천명을 채용해 내년 9월에는 경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10만대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동종 업계에서 낮은 수준이라서 '적정 임금'으로 표현되지만, 연봉 3천500만원은 광주 고용 현실을 보면 결코 적은 임금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 주거 등 생활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는 지역 청년의 현실에 비춰보면 광주형 일자리의 가치는 더 커진다.

광주 13개 직업계고 교장단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양보와 타협을 호소했다.

교장단은 "광주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우리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며 "참여 주체들의 의견 차이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역의 책임 있는 어른들이 일자리를 기대하는 아이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장단은 "광주시는 인내심을 갖고 노동계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해주고, 지역 노동계도 노사민정 협의회로 복귀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