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신세계그룹 제주 시내면세점 추진에 지역사회 '요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세계 면세점 들어서면 도심 400m 이내에 대형 면세점만 3개
지역 소상공인 피해·출혈경쟁 우려…원희룡 지사는 "부정적 입장"
제주관광공사가 만성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제주에 대규모 시내면세점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가 출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주시 도심에서 영업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기업 면세점이 들어서게 된다면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는 물론 면세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논란 이어지는 신세계 면세점
제주관광공사는 이달 23일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관광공사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시내면세점 개점 이후 4년 간 1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었다.
관광공사는 재고 상품 판매 및 특허 반납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오는 29일 자로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관광공사가 빠진 이 빈틈을 신세계그룹이 노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교육재단 소유 호텔 건물을 철거한 뒤 새로 면세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그 규모가 지상 7층(연면적 1만9천978㎡), 지하 7층(1만8천226㎡) 등 3만8천205㎡에 이른다.
이 중 판매시설 면적은 1만5천400㎡로 제주에서 영업 중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제주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이 면세사업과 연관성 없는 서울의 한 교육재단 명의로 제주도에 교통영향평가를 신청하면서 우회진출 논란이 불거졌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7월 해당 호텔을 소유한 A교육재단에 69억6천만원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세계그룹이 교육재단을 앞세워 인허가를 쉽게 받은 후 이를 다시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제주 면세 사업에 우회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정부 계획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부득이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했다며 긴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역 소상공인과 언론, 도의회 등은 "대기업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올 경우 지역소상공인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면세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시민단체는 "반경 400m 안에 롯데와 신라, 신세계까지 대형면세점 3개가 들어서게 된다"며 교통혼잡과 과잉관광으로 인해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신세계그룹의 제주 면세점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지난해 기획재정부에서 제주지역 면세점 추가 여부에 대해 제주도의 의견을 물어오자 지역환원 부족과 관광질서, 지역상권과의 이익 균형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며 "올해도 역시 기재부에서 추가로 면세사업자를 하나 더 지정할지에 대해 6~7월 되면 절차를 진행할 것 같은데 작년과 똑같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에 쏠린 면세점 이익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제주에 면세점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대 들어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제주에 몰려오면서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졌다.
도내 면세점 사업은 해마다 성장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제주관광조수입은 6조5천390억원(내국인 4조300억원, 외국인 2조5천9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조수입이 2017년(1조5천260억원)에 비해 9천830억원 늘어났는데, 이중 면세점을 포함한 소매업 분야에서 전년 대비 6천100억원(54.8%)이 증가한 1조7천230억원으로 조사됐다.
공사는 2017년(123만명)과 2018(122만명)년 제주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소매업 조수입 증가는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의 구매액이 증가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미 제주도의원은 "면세점 매출 규모가 2018년 1조6천억원을 넘어서면서 2013년 8천억원 수준에서 5년 만에 두배 늘어난 셈"이라며 "한중 사드갈등 국면에도 불구하고 도내 대기업 면세점 영업실적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는 무비자 입국과 낮은 체류 비용으로 중국의 대형 보따리상(따이공, 代工)들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면세점 총매출이 증가함에도 면세점 간 수익성은 극과 극을 이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대기업 계열 면세점에 보따리상의 구매가 집중되고 있다며 따이공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 송객 수수료 경쟁에서 밀려난 지역 중소 면세점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역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사업을 접은 셈이다.
현재 제주에는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과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지정면세점이 있다.
시내면세점에는 롯데면세점 제주점·신라면세점 제주점·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등 3개 업체가 있다.
이외에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가 제주공항과 제주항,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에서 지정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제주공항에도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
지역 소상공인 피해·출혈경쟁 우려…원희룡 지사는 "부정적 입장"
제주관광공사가 만성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제주에 대규모 시내면세점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가 출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주시 도심에서 영업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기업 면세점이 들어서게 된다면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는 물론 면세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논란 이어지는 신세계 면세점
제주관광공사는 이달 23일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관광공사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시내면세점 개점 이후 4년 간 1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었다.
관광공사는 재고 상품 판매 및 특허 반납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오는 29일 자로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관광공사가 빠진 이 빈틈을 신세계그룹이 노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교육재단 소유 호텔 건물을 철거한 뒤 새로 면세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그 규모가 지상 7층(연면적 1만9천978㎡), 지하 7층(1만8천226㎡) 등 3만8천205㎡에 이른다.
이 중 판매시설 면적은 1만5천400㎡로 제주에서 영업 중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제주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이 면세사업과 연관성 없는 서울의 한 교육재단 명의로 제주도에 교통영향평가를 신청하면서 우회진출 논란이 불거졌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7월 해당 호텔을 소유한 A교육재단에 69억6천만원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세계그룹이 교육재단을 앞세워 인허가를 쉽게 받은 후 이를 다시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제주 면세 사업에 우회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정부 계획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부득이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했다며 긴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역 소상공인과 언론, 도의회 등은 "대기업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올 경우 지역소상공인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면세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시민단체는 "반경 400m 안에 롯데와 신라, 신세계까지 대형면세점 3개가 들어서게 된다"며 교통혼잡과 과잉관광으로 인해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신세계그룹의 제주 면세점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지난해 기획재정부에서 제주지역 면세점 추가 여부에 대해 제주도의 의견을 물어오자 지역환원 부족과 관광질서, 지역상권과의 이익 균형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며 "올해도 역시 기재부에서 추가로 면세사업자를 하나 더 지정할지에 대해 6~7월 되면 절차를 진행할 것 같은데 작년과 똑같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에 쏠린 면세점 이익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제주에 면세점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대 들어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제주에 몰려오면서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졌다.
도내 면세점 사업은 해마다 성장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제주관광조수입은 6조5천390억원(내국인 4조300억원, 외국인 2조5천9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조수입이 2017년(1조5천260억원)에 비해 9천830억원 늘어났는데, 이중 면세점을 포함한 소매업 분야에서 전년 대비 6천100억원(54.8%)이 증가한 1조7천230억원으로 조사됐다.
공사는 2017년(123만명)과 2018(122만명)년 제주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소매업 조수입 증가는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의 구매액이 증가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미 제주도의원은 "면세점 매출 규모가 2018년 1조6천억원을 넘어서면서 2013년 8천억원 수준에서 5년 만에 두배 늘어난 셈"이라며 "한중 사드갈등 국면에도 불구하고 도내 대기업 면세점 영업실적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는 무비자 입국과 낮은 체류 비용으로 중국의 대형 보따리상(따이공, 代工)들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면세점 총매출이 증가함에도 면세점 간 수익성은 극과 극을 이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대기업 계열 면세점에 보따리상의 구매가 집중되고 있다며 따이공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 송객 수수료 경쟁에서 밀려난 지역 중소 면세점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역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사업을 접은 셈이다.
현재 제주에는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과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지정면세점이 있다.
시내면세점에는 롯데면세점 제주점·신라면세점 제주점·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등 3개 업체가 있다.
이외에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가 제주공항과 제주항,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에서 지정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제주공항에도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