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쓴 책이 아닌데도 재발행 서적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대학교수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사실상 기여한 부분이 없더라도 서로의 이름을 저작물 에 올려주는 ‘품앗이’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풀이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수 A씨 등 2명에게 벌금 1200만~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 출판사 직원의 권유를 받고 자신이 쓰지 않은 건설토목 관련 서적이 재발행될 때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들은 해당 서적을 연구업적으로 기재한 교원 평가자료도 학교측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자료는 재임용, 승진 등에 활용된다.

1심은 A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500만~2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이며 교육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을 갖춰야 할 대학교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자도 아닌 자신의 이름을 추가해 서적을 발행했고 누구보다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할 학생들 및 대중들을 기망해 사익을 추구했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해당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타인의 저서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추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해 왔다"며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을 1200만~15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은 이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한 저작물이 이전에 발행, 공표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된다"며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다만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대학교수 B씨에게는 기존 책에 없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