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오월 어머니회원들이 법원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오월 어머니회원들이 법원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18 광주항쟁' 당시 군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광주법원에 출석해 "내가 알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만약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 헬기 사격수인 중위·대위가…, 난 사람들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조비오 신부의 회고록을 요약하면 당시 군 헬기 운항 사실은 광주시민 모두에게 목격됐고 헬기 사격 역시 제기됐다"면서 "당시 선교사였던 피터슨 목사도 관련 사진을 제출하고 조비오 신부도 같은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은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1980년 5월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변호인 반대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시 45분쯤에는 완전히 잠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자 법원 청사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자 법원 청사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재판부는 "휴정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다"며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전 전 대통령 측에 주의를 줬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1일 진행된 공판기일에도 법정에서 조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었다.

이날 광주법원 앞에는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시위를 했다.

이들은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