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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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이 현행 법과 충돌하거나 용어가 적절한지 등 법안의 기술적인 문제를 살피는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법사위가 법안의 내용까지 문제 삼아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상원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다른 상임위의 법안들이 이유 없이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해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법안이 신속히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 폐지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내놓은 공약이기도 합니다. 20대 국회에서도 데이터 3법 등이 상임위에서 여야가 충분히 합의한 끝에 법사위로 넘어갔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늦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획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이 폐지되면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통적으로 법사위는 원내 2당에서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에 큰 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맡아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사위 기능이 폐지되면 국회 내 남아있는 견제 장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확보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독자적으로 가능한 상황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최장 330일 이내에 무조건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 기능을 폐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야당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다만 법사위 기능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사가 필요합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반대 입장입니다. 통합당이 법사위에서 법안을 가로 막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명분을 내세우며 국회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 내 최소한의 견제 장치까지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