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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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들은 올 3월 1조87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작년 3월 매출(2조1656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코로나19 탓에 국내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도 급감한 탓이었다.

하지만 면세점들은 매출 ‘반토막’ 조차 감지덕지해 하는 분위기다. 해외 면세점 중에선 매출이 아예 없는 곳도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세계 주요 공항들이 셧다운(폐쇄) 된 상황에서 월간 매출 1조원은 의외의 선방”이라고 자평했다.

매출 1조원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때문이다.

평소 월평균 400만명을 넘겼던 면세점 방문객은 올 3월 들어 58만여명까지 감소했다. 방문객 수가 8분의 1토막 났다. 내국인 지출은 이 비율 감소 만큼 줄었다. 월 평균 3000억원 이상에서 지난달 258억원까지 감소했다. 외국인은 그렇지 않았다. 1조7000억~1조9000억원 하던 것이 1조원대 초반이 됐다. 40% 가량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따이궁 활동 때문이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크게 감소하면서 따이궁 활동이 크게 위축되긴 했다. 한번 중국으로 나가면 자국에서 14일, 한국에서 14일씩 격리되는 규제가 큰 몫을 했다.

그렇다고 따이궁들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많은 물건을 사는 식으로 대응했다. ‘따이궁의 기업화’였다.

지난 2월 중순 관세청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를 풀어 준 뒤 따이궁 기업화는 더 가속화 했다. 원래는 화장품 50개, 가방 및 시계는 10개, 주류 50병 등의 구매 제한을 받았다. 이 제한이 한시적으로 사라졌다. 한 사람이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제한이 풀리자 마구 사들였다. 외국인 1인의 평균 구매액은 지난 1월 약 105만원에서 3월 409만원으로 두 달 만에 4배 수준으로 뛰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따이궁들이 한국 입국제한 조치가 이뤄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매입 물량을 더 늘린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외로 선방에도 불구,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작지 않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 1분기 사상 첫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 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들도 적자 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세계는 100% 자회사 신세계면세점(법인명 신세계DF)에 1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한다고 28일 공시했다. 또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신세계면세점이 쓰고 있는 공간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자가 건물로 전환해 임대료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현물출자 금액은 1958억원에 이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