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어린이재단 회장 "초록우산으로 지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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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10년간 기금 규모 3배로 늘려…"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꿈은 어린이들의 특권"…올해 말 다문화아동지원센터 건립 어린이날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정작 주인공인 어린이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쳤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전염병이 창궐하면 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큰 고통을 받는다.
지금도 저소득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아동, 장애 아동 등은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뿐더러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제98회 어린이날인 5월 5일을 앞두고 2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집무실에서 이제훈(80) 회장을 만나 대책과 해법을 물었다.
그는 "밖에서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답답해하고 있으니 어른들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80억 원이 넘는 특별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돈으로 가장 피해가 심각한 대구·경북 지역에 응급 의료용품과 위생용품을 보냈고, 생계가 곤란한 800여 명의 아이에게 긴급생활비를 지급했습니다.
또 온라인 개학을 맞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원격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태블릿PC도 지원했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 미국인 클라크 목사가 설립한 미국CCF(기독교아동복리회) 한국지부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의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
국내 구호단체 가운데서는 월드비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1986년 CCF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순수 민간기관으로 독자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한국복지재단에서 어린이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2010년 '초록우산'을 상징으로 하는 BI(Brand Identity)를 선포했다.
"초록빛은 어린 생명을 상징합니다.
우산은 비바람을 막아준다는 뜻이고 우산을 펼친 그림은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우산대는 아이들을 지지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초록우산 덕분에 우리 재단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자평합니다"
이제훈 회장은 중앙일보 런던특파원·경제부장·편집국장·부사장·사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어린이재단 사외이사로 첫 인연을 맺은 뒤 대표이사를 거쳐 2010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8월 1일이면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언론사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봉사단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으로 일하며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며 사회 양극화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나눔과 봉사가 해법이라고 판단했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 발생했을 때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계가 대대적으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펼친 경험도 아동보호단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요.
그래서 어린이재단 이사 제의를 수락했지만 회장까지 맡게 될지는 몰랐죠. 2010년 6월 김석산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자 이사회에서 저더러 공백을 메워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처음엔 사양하다가 권유에 떠밀려 회장을 맡았습니다" 그가 이끄는 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알찬 성장을 이뤘다.
이전까지는 빈곤아동을 돕는 일에만 주로 매달렸으나 2011년 아동복지연구소를 만들고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 우리나라의 아동옹호 대표기관으로 우뚝 섰다.
12만6천 명가량이던 정기후원자도 10년 만에 약 51만 명으로 늘어났고 600억 원에 못 미치던 기금 규모도 1천700억 원대로 커졌다.
해외 사업 비중은 3∼4%에서 12%로 높아졌다.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는 국내외 아동은 각각 70만 명과 50만 명에 이른다.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 혁신과 투명성 강화에 나서 대한민국상생경영대상 최우수재단상(2014년), 삼일투명경영대상 대상(2016년),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대상 기부재단부문 대상(2017년) 등을 받았다.
"직원들한테 자주 강조하는 말은 '도전정신을 갖고 안주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린이재단이 왜 존재하는지, 후원자들이 왜 돈을 기부하는지 늘 되새기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까 고민해야죠. 저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달 말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놀 권리를 지켜주세요", "마음 편히 등·하교하게 해주세요",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어요",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등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공약 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2016년부터 '미래에서 온 투표'란 이름으로 대선·총선·지방선거 때마다 발표했으며 이 제안이 잘 반영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왔다.
"우리의 모토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죠. 기후변화는 인류에 큰 위협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쓰레기도 덜 버려야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자 의미심장한 교훈입니다.
"
이 회장의 요즘 큰 걱정거리는 초저출산 현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어린이재단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과 행복을 못 누린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고, 설혹 낳더라도 하나만 낳으면 형제나 자매 없이 자라 불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 다문화 아동 정책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 회장은 "다문화 자녀들이 아동의 권리를 누리며 차별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느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라면서 "올해 말 경기도에 다문화아동지원센터를 건립하고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6년부터 '전국 감사 편지 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
받는 사람도 다양하고 사연도 기구하다.
'왕따' 신세를 벗어나도록 도와준 엄마, 자해 시도를 멈추게 해준 친구, 부모가 이혼한 뒤 자신을 키워준 고모, 지적장애 아빠, 큰 수술을 받은 동생, 병상에 누워 계신 할머니, 자상한 학교 선생님, 롤모델 언니 등의 편지를 읽으며 이 회장도 새롭게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의 인생 스승은 또 있다.
남한산성에서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 3억 원을 쾌척하고 홀로 사는 집 전세금 5천만 원까지 기부하기로 약정한 박춘자 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양애자 씨)의 평소 뜻이었다며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기부한 가족, 이 밖에도 이름 모를 수많은 후원자, 바쁜 가운데서도 나눔과 홍보에 애쓰는 최불암(전국후원회장)·고두심(나눔대사)·이홍렬·이외수·추신수·송일국(이상 홍보대사) 등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어린이 여러분! 답답해도 조금만 더 참으세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건강을 지켜야죠. 어린이의 특권은 꿈을 꿀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꿈이든지 자유롭게 꾸고, 품은 꿈을 발전시켜 나가세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며 돕겠습니다.
" /연합뉴스
"꿈은 어린이들의 특권"…올해 말 다문화아동지원센터 건립 어린이날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정작 주인공인 어린이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쳤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전염병이 창궐하면 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큰 고통을 받는다.
지금도 저소득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아동, 장애 아동 등은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뿐더러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제98회 어린이날인 5월 5일을 앞두고 2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집무실에서 이제훈(80) 회장을 만나 대책과 해법을 물었다.
그는 "밖에서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답답해하고 있으니 어른들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80억 원이 넘는 특별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돈으로 가장 피해가 심각한 대구·경북 지역에 응급 의료용품과 위생용품을 보냈고, 생계가 곤란한 800여 명의 아이에게 긴급생활비를 지급했습니다.
또 온라인 개학을 맞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원격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태블릿PC도 지원했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 미국인 클라크 목사가 설립한 미국CCF(기독교아동복리회) 한국지부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의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
국내 구호단체 가운데서는 월드비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1986년 CCF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순수 민간기관으로 독자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한국복지재단에서 어린이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2010년 '초록우산'을 상징으로 하는 BI(Brand Identity)를 선포했다.
"초록빛은 어린 생명을 상징합니다.
우산은 비바람을 막아준다는 뜻이고 우산을 펼친 그림은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우산대는 아이들을 지지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초록우산 덕분에 우리 재단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자평합니다"
이제훈 회장은 중앙일보 런던특파원·경제부장·편집국장·부사장·사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어린이재단 사외이사로 첫 인연을 맺은 뒤 대표이사를 거쳐 2010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8월 1일이면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언론사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봉사단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으로 일하며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며 사회 양극화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나눔과 봉사가 해법이라고 판단했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 발생했을 때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계가 대대적으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펼친 경험도 아동보호단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요.
그래서 어린이재단 이사 제의를 수락했지만 회장까지 맡게 될지는 몰랐죠. 2010년 6월 김석산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자 이사회에서 저더러 공백을 메워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처음엔 사양하다가 권유에 떠밀려 회장을 맡았습니다" 그가 이끄는 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알찬 성장을 이뤘다.
이전까지는 빈곤아동을 돕는 일에만 주로 매달렸으나 2011년 아동복지연구소를 만들고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 우리나라의 아동옹호 대표기관으로 우뚝 섰다.
12만6천 명가량이던 정기후원자도 10년 만에 약 51만 명으로 늘어났고 600억 원에 못 미치던 기금 규모도 1천700억 원대로 커졌다.
해외 사업 비중은 3∼4%에서 12%로 높아졌다.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는 국내외 아동은 각각 70만 명과 50만 명에 이른다.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 혁신과 투명성 강화에 나서 대한민국상생경영대상 최우수재단상(2014년), 삼일투명경영대상 대상(2016년),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대상 기부재단부문 대상(2017년) 등을 받았다.
"직원들한테 자주 강조하는 말은 '도전정신을 갖고 안주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린이재단이 왜 존재하는지, 후원자들이 왜 돈을 기부하는지 늘 되새기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까 고민해야죠. 저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달 말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놀 권리를 지켜주세요", "마음 편히 등·하교하게 해주세요",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어요",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등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공약 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2016년부터 '미래에서 온 투표'란 이름으로 대선·총선·지방선거 때마다 발표했으며 이 제안이 잘 반영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왔다.
"우리의 모토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죠. 기후변화는 인류에 큰 위협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쓰레기도 덜 버려야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자 의미심장한 교훈입니다.
"
이 회장의 요즘 큰 걱정거리는 초저출산 현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어린이재단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과 행복을 못 누린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고, 설혹 낳더라도 하나만 낳으면 형제나 자매 없이 자라 불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 다문화 아동 정책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 회장은 "다문화 자녀들이 아동의 권리를 누리며 차별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느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라면서 "올해 말 경기도에 다문화아동지원센터를 건립하고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6년부터 '전국 감사 편지 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
받는 사람도 다양하고 사연도 기구하다.
'왕따' 신세를 벗어나도록 도와준 엄마, 자해 시도를 멈추게 해준 친구, 부모가 이혼한 뒤 자신을 키워준 고모, 지적장애 아빠, 큰 수술을 받은 동생, 병상에 누워 계신 할머니, 자상한 학교 선생님, 롤모델 언니 등의 편지를 읽으며 이 회장도 새롭게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의 인생 스승은 또 있다.
남한산성에서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 3억 원을 쾌척하고 홀로 사는 집 전세금 5천만 원까지 기부하기로 약정한 박춘자 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양애자 씨)의 평소 뜻이었다며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기부한 가족, 이 밖에도 이름 모를 수많은 후원자, 바쁜 가운데서도 나눔과 홍보에 애쓰는 최불암(전국후원회장)·고두심(나눔대사)·이홍렬·이외수·추신수·송일국(이상 홍보대사) 등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어린이 여러분! 답답해도 조금만 더 참으세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건강을 지켜야죠. 어린이의 특권은 꿈을 꿀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꿈이든지 자유롭게 꾸고, 품은 꿈을 발전시켜 나가세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며 돕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