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강남구 25.53%, 서초구 22.56%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내려달라”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의견 수용률은 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접수된 의견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한 공동주택 대부분은 9억원 미만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격이 급등한 9억원 이상 아파트의 하향 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공시價 불만 속출에…내린 건 주로 '9억 미만'
공시가격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60여 개 복지제도의 적용 기준이 된다. 2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 이후 이의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1383만 가구의 공시가격 안에 대한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의결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열람 기간 2757개 공동주택 단지에서 총 3만7410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작년(2만8735건)보다 30.2% 늘어난 수치이고, 2007년(5만6355건) 후 최대치다.

불만은 폭주했지만 의견 반영률은 2.4%(915건)로 미미했다. 의견이 수용된 915건의 주변 단지들이 직권 정정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2만8447건의 공시가격이 조정됐다. 작년엔 공시가격 의견 수용률이 21.5%, 조정 규모가 13만5013가구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만 의견이 많이 접수됐지만 중복 민원이 많아 수용률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價 불만 속출에…내린 건 주로 '9억 미만'
전체 의견 제출 건수 중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하향 요구는 3만5286건(94.3%), 상향 요구는 2124건(5.7%)이었다. 하향 요구는 보유세 부담 급증을 우려한 강남권 주민이 대거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대별로 9억원 미만 주택에서 7508건(21.3%), 9억원 이상에서 2만7778건(78.7%)의 하향 의견이 제출됐다. 고가 주택 비율이 80%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격 하향이 이뤄진 주택의 78%가량은 9억원 미만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하향 조정 가구(2만1132건) 중 9억원 미만이 1만6449건(77.5%), 9억원 이상은 4683건(22.5%)으로 집계됐다.

이 결과 9억원 미만 아파트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은 69.0%로 작년(68.1%)과 비슷했지만, 9억원 이상은 72.2%로 작년(67.1%) 대비 5.1%포인트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가 주택에 대한 강도 높은 현실화율 제고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9억~15억원 주택은 작년보다 현실화율이 2~3%포인트, 15억원 이상은 7~10%포인트씩 높아졌다”고 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강남권 등 고가 주택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35.2% 상승한 25억7400만원으로 평가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보유세가 작년 1123만원에서 올해 1652만5000원으로 47.2% 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침체로 공시가격과 시세 간 역전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보유세 부담까지 커진 주택 소유주들의 추가적인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오는 5월 29일까지 열람할 수 있다. 공시한 가격에 이의가 있으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