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기 구매, 국내투자로 전환
中企육성·일자리 두 토끼 잡아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
이런 상황에서 매출액의 85% 이상을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방위산업이 생산·수출·영업이익률 모두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의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방산그룹 등 국내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방산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1조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다. 그러나 매출증가세를 견인한 기업은 KAI, 현대중공업, 한화방산 계열사 일부 등 4개 기업에 불과하며 LIG, 대우해양조선 등 나머지 6개 기업은 감소 또는 정체상태다. 지난 3년간 부진했던 KAI는 매출이 전년 대비 22.3% 늘어 1위로 부상한 반면, LIG는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해 4년 전의 76.3%인 1조4500억원에 그쳤다. 특히 10대 기업 매출 규모는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 대비 98.9% 수준으로, 같은 기간 방위력 개선비가 31.5% 늘어난 점으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출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방산 10대 기업 수출은 1조6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었다. 수출이 최대치를 기록한 2016년에 비해선 19.7% 줄어든 것으로, 3년 연속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수주액은 전년에 비해 늘었는데 이는 대우조선(잠수함), 한화(탄약) 덕분이며, 나머지 업체는 모두 감소했다.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위사업청 조직과 산하기관 수출지원 인력을 대폭 확충했고, 수출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지원 등 인적·물적 자원을 대거 투입한 것에 비하면 성과는 부진한 편이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KIET 조사에 따르면 방산 5개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2% 수준으로 전년 대비 조금 나아졌지만 2016년(6.1%)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상당수 방산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이거나 1%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가 경제위기 극복에 국방 분야도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지출구조 조정으로 9000억원 정도의 국방예산이 코로나 대응 추경예산으로 전용되는데 대부분은 매년 발생하는 방위력 개선사업의 불용 및 이월금이다. 방위력 개선을 계획해 놓고 실행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뜻이다.
방위산업은 경제파급 효과가 큰 분야다. 방산제품은 부품수가 수만~수십만 개여서 중소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에 직결될 수 있다. 해외무기도입 예산 중 일부를 전환해, 방위산업을 지원함으로써 국내경기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간 수조원 이상 해외기업에 지출되는 무기·부품 구매비를 1~2년만이라도 국내 투자로 전환하면 어떨까. ‘바이 코리아 법안’(Buy Korea Act)을 도입하고, 기업 수익률을 갉아먹는 원가보상 및 검증제도를 대폭 손질해 미래성장 동력발굴을 위한 투자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외국 정부의 안정적 재정지출을 대상으로 하는 방산수출은 위축된 글로벌 민수시장 극복의 단비가 될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수출 파이낸싱 시스템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대규모 무기 수입국을 목표로 정부 차원의 마케팅 및 산업협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한국산 무기 구매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태국 등 동남아 일부 국가들을 무이자 장기상환 방식 등으로 지원해 수주 불씨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