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책·플로리다

▲ 족구의 풍경 = 올해 세계문학상을 받은 오수완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번엔 '족구 이야기'이다.

여성 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소설 시장에서 여자들이 축구보다 더 싫어한다는 족구를 굳이 소재로 삼은 이유가 뭘까.

작가는 각자 필살기로 인생의 승리자가 되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실력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족구 경기를 통해 형상화한다.

적어도 지지는 않겠다며 강자에게도 굴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주인공들은 매 경기에서 고전하지만, 시련을 통해 강해지며 앞으로 나아간다.

주인공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보낸 편지를 들고 황량한 족구장에 모여든다.

심지어 이들은 현역도 아닌 왕년의 선수들이지만 투지 만큼은 최고다.

이들은 범죄자, 변신 로봇, 소림 족구팀 등 환상 속 강자들과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소설은 이런 족구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가 화자인 액자 형식이다.

판타지를 통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우리 인생의 단면을 그려낸다.

오수완은 1970년 철원에서 태어나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로 일하면서 소설도 쓴다.

2010년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장편소설 '장편은 어디에',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가 있다.

위즈덤하우스. 216쪽. 1만3천원.
[신간] 족구의 풍경
▲ 밤의 책 = 현세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실비 제르맹 데뷔 작품이다.

제르맹은 페미나상, 국제라이온스클럽상, 그레비스상, 에르메스상, 파시옹상, 고등학생 선정 공쿠르상 등 다수 문학상을 받았고, 남미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 역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과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초자연적 현상과 전설, 민담, 신화를 덧붙여 마술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거대 서사가 펼쳐진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문의 역사를 통해 암흑과 빛이 교차하는 인간사를 신비롭게 그려낸다.

수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 살육 속에서 그래도 인간은 계속 태어나고 살아가며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진리를 설파한다.

김화영 옮김.
1954년생인 제르맹은 1985년 이 소설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분노의 날들', '숨겨진 삶', '마그누스' 등 많은 소설을 발표했다.

문학동네. 504쪽. 1만5천800원.
[신간] 족구의 풍경
▲ 플로리다 = 미국 동부 최남단 플로리다를 소재 또는 직간접적 배경으로 쓴 11편의 단편을 엮어낸 소설집.
미국 작가 로런 그로프가 12년간 플로리다에 살면서 쓴 작품들을 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플로리다에서 살거나 정서적으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선샤인 스테이트' 플로리다는 연중 온화하고 아름답지만 때로는 습하고 위험하다.

이런 장소의 양면적 측면을 소설은 인물들의 심리에 연결해 풀어낸다.

1978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난 그로프는 2008년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각종 문학상 후보에 지명되면서 명성을 얻는다.

이후 장편 '아르카디아', '운명과 분노' 등이 모두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미국 문단을 이끄는 작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348쪽. 1만4천500원.
[신간] 족구의 풍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