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준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뉴 530e.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BMW 준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뉴 530e.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엔진이 달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고 설명을 듣고 탔는데, 실상은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했고 연비는 40km/L를 넘어섰다. 전기차는 아니지만 이쯤되면 '명예 전기차'로 부르고 싶어졌다. BMW의 준대형 PHEV 세단 뉴 530e를 시승한 소감이다.

지난 2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을 한 바퀴 도는 약 52km 코스를 뉴 530e로 시승했다. 뉴 530e는 지난해 12월 BMW코리아가 선보인 준대형 PHEV 세단이다. 12.0kWh 용량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39km까지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며, 전기만을 이용하는 최대 속도도 140km/h에 달한다.

차의 외관은 일반적인 5시리즈 세단과 다르지 않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공기역학적 디자인 등으로 차별화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5시리즈에서 고를 수 있는 동력원 중 하나일 뿐"이라며 "트렁크 배지에 e 마크가 붙어있고 외부에 배터리 충전 소켓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과 디자인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530e는 엔진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맥스 e드라이브', 전기와 휘발유를 자동으로 변환하며 쓰는 '오토 e드라이브', 배터리 잔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배터리 컨트롤 모드'로 주행 가능하다. 첫 시작은 전기로만 달리는 맥스 e드라이브였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전기차와 똑같은 주행질감이 느껴졌다. 이전에 시승해본 BMW 전기차 i3가 떠올랐다.
BMW 뉴 530e 차량들이 전기차 i3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사진=BMW코리아
BMW 뉴 530e 차량들이 전기차 i3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사진=BMW코리아
에어컨 조차 켜지 않은 차에서는 전기모터가 내는 '웅-'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풍절음은 차체에 막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엔진의 진동도 없었다. 높아지는 속도에 맞춰 눈 앞의 풍경이 변했지만 차 안에서 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기차라면 배터리 충전을 위한 회생제동이 걸리며 전기차에 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겠지만, 530e에서는 회생제동도 느끼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HEV) 차량들은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거나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면 엔진이 작동한다. 530e의 가속 페달을 순간적으로 깊게 밟아봤지만 엔진은 쉽사리 켜지지 않았다. 모터와 엔진을 합한 전체 출력의 60%까지는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었다.

엔진과 모터를 바꿔가며 쓰는 오토 e드라이브로 전환하자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엔진음은 매우 조용하고 전환도 부드럽게 이뤄졌다. 덕분에 오토 e드라이브 모드에서 주행하는 동안 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다. 배터리 컨트롤 모드의 주행 질감은 오토 e드라이브와 큰 차이 없었다.
BMW 뉴 530e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BMW 뉴 530e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적지 않은 PHEV 차량들이 전기 모터 방식에서 엔진으로 전환될 때 약간의 소음과 출력 저하를 겪는다. 때문에 운전자는 모터에서 엔진으로 바뀌는 순간을 감각으로 알아챌 수 있다. 헌데 530e에서는 어느 순간 미약한 엔진음이 들려오며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와 관련해 BMW코리아는 "오토 e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전체 출력의 40%까지를 전기 모터가 담당하고 그 이상에서 엔진이 켜진다"며 "전기모터를 엔진과 미션 사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시승 내내 맥스 e드라이브와 오토 e드라이브, 배터리 컨트롤 모드 등을 사용하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다. 100%였던 배터리 잔량은 BMW 드라이빙 센터에 도착할 무렵 50% 수준으로 줄어 있었고 연비는 40.1km/L를 기록했다.

이 연비가 일상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 530e는 순수 전기로만 39km를 주행할 수 있고 중간중간 회생제동으로 충전될 배터리도 감안해야 한다. 52km남짓 주행에서 엔진이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별도로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서 100km 이상 주행할 경우 연비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매일 왕복 40km 내외의 거리를 다니는 출퇴근족이라면 530e는 매력적인 모델이 되어준다. 2018년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9.2km로 집계됐다. 하루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거리가 이와 비슷하다면 뉴 530e 모델은 BMW 5시리즈 세단의 매력과 전기차의 효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차량이다. PHEV 모델이기에 전기가 떨어지면 엔진으로 달릴 수 있어 충전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뉴 530e 가격은 럭셔리 플러스 트림 기준 7660만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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