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로또·립스틱… 코로나 '불황형 소비' 활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황형 소비'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황형 소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담배와 술, 립스틱 등 판매가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분기 궐련 판매량은 7억3000만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스트레스로 담배 소비가 늘었고,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다시 궐련으로 돌아선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술 판매량도 늘었다. 롯데마트에선 지난 1분기 가정용 맥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늘었다. 소주(6.7%)와 양주(4.2%)·와인(1%)의 판매도 함께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도 주류 판매가 늘고 있다. 편의점 CU에서 지난 3월 1~24일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2018년 주류 매출 증가율인 9.9%, 지난해(12.3%)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당 기간 와인 판매 증가율은 39.2%를 기록했고, 위스키와 양주(26.5%) 막걸리(21.1%) 소주(17.7%) 맥주(10.4%)가 뒤를 이었다.

라면도 코로나19 여파로 특수를 누렸다. 코로나19로 라면을 비상식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서다. 오뚜기 자체 온라인몰은 진라면 참깨라면 등 주요 제품이 품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농심과 삼양식품도 늘어나는 라면 수요에 근무 시간을 확대하고, 공장을 풀가동하며 대응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라면시장이 코로나19 영향과 수출 확대로 지난해보다 5% 내외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립스틱 효과'를 엿볼 수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29일~4월28일) 기준 립스틱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아이메이크업 제품의 판매량은 23% 늘었다. 적은 돈으로 멋을 부릴 수 있는 립제품과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립스틱 효과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도 립스틱 매출만이 오르는 이상 현상을 보고 경제학자들이 붙인 용어다.

지난해부터 불황의 조짐이 엿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4조18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의 최고 판매는 2018년 3조9687억원이었다. 복권은 경기가 하강할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판매가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잠정치)로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기재부는 지난해 판매처가 늘었고, 인터넷 판매가 본격화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