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대절해 원정투자왔던 부산 아파트, 거래 끊기고 13억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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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집값 두 자릿수↓…대형 하락세 확대
공급 물량 많은데 인구는 감소
투자자들도 빠져나가는 중
공급 물량 많은데 인구는 감소
투자자들도 빠져나가는 중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투자자들이 무리를 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와 한꺼번에 매물을 싹 쓸어갔죠. 요즘엔 집을 보러오기는 커녕 매수 문의 전화도 없네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A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많이 뛰었던 부산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부산의 ‘강남’이라는 해운대에선 몇 달 새 실거래가가 최대 13억원 하락한 단지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입주물량도 적지 않은 탓이다.
◆아파트값 8주째 하락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아파트 전용면적 84m² 분양권은 지난달 8억93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10억2910만원에 거래되며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 면적 기준 매매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였다. 하지만 몇 개월 새 가격이 1억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호가는 7억원 중반선까지 내렸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K공인 중개사는 “최근 들어 집이 잘 나가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최고 인기지역으로 꼽히며 작년 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온 해운대 아파트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대형 면적 위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엘시티더샵’ 전용 186㎡ 분양권은 지난 27일 24억28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작년 12월 거래(30억9700만원)와 비교해 6억7000만원가량 급락했다. 우동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3㎡는 6개월여만에 1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 37억9840만원(77층)에 팔렸지만 초 25억182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래구에서도 상승분을 반납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온천동의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m² 분양권은 지난 2월 8억8282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5억4863만원에 팔렸다. 두 달새 3억3000만원 넘게 하락했다. 명륜동 ‘힐스테이트명륜2차’ 전용 84m² 분양권도 올 초 8억17만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1383만원까지 내렸다. 통계로도 심리적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분석해보면 지난주(4월29일 기준) 부산 아파트값은 8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집값은 전주 대비 0.03% 낮아져 대구와 함께 5대 광역시 중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해운대구(-0.11%)가 두자릿 수로 하락하며 부산 집값 하락세를 이끌었으며 기장군(-0.07%)과 사상구(-0.07%)도 많이 내렸다.
◆"외지인 투자자들 고점 찍고 나갔다"
부산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 전날 정부가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올 초까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속속 나왔다. 이때 서울 등 외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와서 계약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외지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지난 2월 거래 4289건 가운데 관할 시도 외 거래가 637건으로 지난해 12월(1443건)보다 55.8%가량 감소했다.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투자 수요가 준 것이다. 해운대구 D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 대거 유입된 외지인 투자자는 올 초 비싼 가격에 물량을 소진하고 거의 다 나갔다”며 “이제는 더 가격이 내릴 것 같다는 생각에 투자자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매매 계약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부산 아파트값 상승세가 금방 사그라든 이유는 공급물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전체에는 올해만 2만463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2만3975가구)보다 더 늘었다. 내년에도 1만7000가구가 입주한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승하기엔 공급과잉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도 부산 주택 시장엔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시 인구는 2000년 381만여명에서 올 초 340만9900여명으로 11%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부산지역에선 나간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2만3354명 더 많았다. 부산의 인구 순유출 현상은 1989년(6658명)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0년째 계속되는 중이다.
동래구의 B공인 대표는 “시장에선 부산 아파트값 하락세가 최소 2~3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새 아파트가 계속 나오는 데다가 지역 경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몇 개월새 시장이 하루아침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돈에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A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많이 뛰었던 부산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부산의 ‘강남’이라는 해운대에선 몇 달 새 실거래가가 최대 13억원 하락한 단지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입주물량도 적지 않은 탓이다.
◆아파트값 8주째 하락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아파트 전용면적 84m² 분양권은 지난달 8억93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10억2910만원에 거래되며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 면적 기준 매매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였다. 하지만 몇 개월 새 가격이 1억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호가는 7억원 중반선까지 내렸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K공인 중개사는 “최근 들어 집이 잘 나가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최고 인기지역으로 꼽히며 작년 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온 해운대 아파트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대형 면적 위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엘시티더샵’ 전용 186㎡ 분양권은 지난 27일 24억28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작년 12월 거래(30억9700만원)와 비교해 6억7000만원가량 급락했다. 우동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3㎡는 6개월여만에 1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 37억9840만원(77층)에 팔렸지만 초 25억182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래구에서도 상승분을 반납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온천동의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m² 분양권은 지난 2월 8억8282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5억4863만원에 팔렸다. 두 달새 3억3000만원 넘게 하락했다. 명륜동 ‘힐스테이트명륜2차’ 전용 84m² 분양권도 올 초 8억17만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1383만원까지 내렸다. 통계로도 심리적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분석해보면 지난주(4월29일 기준) 부산 아파트값은 8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집값은 전주 대비 0.03% 낮아져 대구와 함께 5대 광역시 중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해운대구(-0.11%)가 두자릿 수로 하락하며 부산 집값 하락세를 이끌었으며 기장군(-0.07%)과 사상구(-0.07%)도 많이 내렸다.
◆"외지인 투자자들 고점 찍고 나갔다"
부산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 전날 정부가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올 초까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속속 나왔다. 이때 서울 등 외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와서 계약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외지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지난 2월 거래 4289건 가운데 관할 시도 외 거래가 637건으로 지난해 12월(1443건)보다 55.8%가량 감소했다.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투자 수요가 준 것이다. 해운대구 D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 대거 유입된 외지인 투자자는 올 초 비싼 가격에 물량을 소진하고 거의 다 나갔다”며 “이제는 더 가격이 내릴 것 같다는 생각에 투자자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매매 계약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부산 아파트값 상승세가 금방 사그라든 이유는 공급물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전체에는 올해만 2만463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2만3975가구)보다 더 늘었다. 내년에도 1만7000가구가 입주한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승하기엔 공급과잉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도 부산 주택 시장엔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시 인구는 2000년 381만여명에서 올 초 340만9900여명으로 11%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부산지역에선 나간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2만3354명 더 많았다. 부산의 인구 순유출 현상은 1989년(6658명)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0년째 계속되는 중이다.
동래구의 B공인 대표는 “시장에선 부산 아파트값 하락세가 최소 2~3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새 아파트가 계속 나오는 데다가 지역 경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몇 개월새 시장이 하루아침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돈에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