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마카오' 꿈꾸는 시아누크빌, 거리엔 중국인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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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4) 캄보디아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4) 캄보디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세계적으로 문화, 사회, 정치에도 엄청난 충격파를 주겠지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경계가 경제적인 면에서도 매우 큰 분기점이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충격파는 최근 10년 동안 어느 신흥국보다 자본과 국제적 인구 이동이 많았던 캄보디아와 같은 신흥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 중국 자본의 최대 집결지 시아누크빌
오늘 이야기의 배경은 캄보디아 남부의 휴양지 시아누크빌이다. 이 도시는 한국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도인 프놈펜,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레아프와 더불어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으며,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이자 최근 활발한 자본과 인구 이동의 중심 배경이다.
도시 건설이 한창인 시아누크빌
필자가 2019년 7월 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 복잡한 수도 프놈펜을 떠나 백사(白沙)의 해변 도시인 시아누크빌의 조용한 해변 근처 카페에서 독서를 하며 논문을 구상하려던 계획은 도착 첫날부터 무참히 깨졌다. 온 도시가 공사판이었다. 시내와 인접한 해변의 호텔 공사는 밤 12시가 돼도 멈추지 않았다. 도시의 아침 풍경은 곳곳에 들어선 중국어 간판과 수많은 타워크레인으로 인해 도시 건설이 한창인 중국 남부의 어느 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의 종업원도, 주방장도, 슈퍼마켓의 계산원도, 길에서 투자 전단지를 나눠 주는 회사 직원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시아누크빌이 중국 쿤밍에서 시작해 라오스를 거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구상)’ 프로젝트의 종착지이자 중국 해외 직접투자의 집결지라는 것이 느껴졌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중국의 투자 해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외국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타국 기업에 출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해 직접 경영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FDI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양질의 좋은 일자리인 경우가 많고, 투자 대상국의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다. 하지만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카지노산업에 투자되는 자본으로 일자리와 경제개발을 도모하는 것은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6년까지 13개에 불과하던 카지노를 이곳에 110개나 허가해줬다. 카지노 관련 호텔과 리조트 건설을 위해 불과 2년 동안 공식적으로 약 10억달러의 투자금이 중국에서 유입됐다.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은 건설사업을 중국 기업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FDI는 자본과 더불어 수많은 인구 이동을 수반한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는 시아누크빌에 거주하는 현지인이 약 15만 명이고, 중국인은 비공식적으로 약 10만 명에서 25만 명이라고 현지에서 추산했다. 인구 구조로 봐도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내의 작은 중국이다.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고, 특히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밀착하면서 캄보디아는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는 쉬운 길을 택했다. 중국은 이 기회를 활용했다.
투자하는 대상은 좀 차이가 있지만,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쉬운 길을 택한 점에서는 이탈리아 중부 섬유산업의 메카인 프라토(Prato)도 비슷한 면이 있다. 시아누크빌이 캄보디아의 작은 중국이라면 프라토 역시 이탈리아의 작은 중국이다. 인구 18만 명의 이 도시에는 약 3500개의 사업장에서 약 5만 명의 중국인이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권탄압 논란에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된 캄보디아
물론 캄보디아는 선진국 이탈리아와는 경제력으로 비교도 할 수 없겠고, 공적개발원조(ODA)도 받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의 원조 비중이 높았는데 2011년부터 중국이 제1위 원조공여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은 보건의료, 교육, 경제 지배구조 개선 분야 등에서 100% 무상원조인 반면 중국은 앞으로 갚아야 하는 유상원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도로, 교량 등 인프라 구축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건설사업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 직접 수행한다. 이 점에서는 질 높은 고용을 창출하는 FDI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왜 캄보디아는 2010년 이후 미국, 프랑스 일본의 무상원조보다 불리한 중국의 유상원조를 택했을까? 이는 2010년 이후 서방국가들이 훈센 총리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문제 삼자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됐고, 처우가 낮은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고위공직자가 중국과 합작한 투자법인의 회장을 겸할 수도 있고, 이 투자법인이 특정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막대한 사익을 챙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희망대로 시아누크빌이 10년에서 15년 후에 마카오가 될 수 있을까? 글쎄……. 세상의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경제학의 제1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캄보디아가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 바뀔 세상이 과연 시아누크빌 입장에서 마카오를 추격하는 기회의 창이 될지 혹은 추락하는 계기가 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NIE 포인트
①해외 직접투자(FDI)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유치한 국가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②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다른 나라의 투자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은 무엇일까.
③캄보디아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3) 중국 자본의 최대 집결지 시아누크빌
오늘 이야기의 배경은 캄보디아 남부의 휴양지 시아누크빌이다. 이 도시는 한국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도인 프놈펜,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레아프와 더불어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으며,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이자 최근 활발한 자본과 인구 이동의 중심 배경이다.
도시 건설이 한창인 시아누크빌
필자가 2019년 7월 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 복잡한 수도 프놈펜을 떠나 백사(白沙)의 해변 도시인 시아누크빌의 조용한 해변 근처 카페에서 독서를 하며 논문을 구상하려던 계획은 도착 첫날부터 무참히 깨졌다. 온 도시가 공사판이었다. 시내와 인접한 해변의 호텔 공사는 밤 12시가 돼도 멈추지 않았다. 도시의 아침 풍경은 곳곳에 들어선 중국어 간판과 수많은 타워크레인으로 인해 도시 건설이 한창인 중국 남부의 어느 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의 종업원도, 주방장도, 슈퍼마켓의 계산원도, 길에서 투자 전단지를 나눠 주는 회사 직원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시아누크빌이 중국 쿤밍에서 시작해 라오스를 거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구상)’ 프로젝트의 종착지이자 중국 해외 직접투자의 집결지라는 것이 느껴졌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중국의 투자 해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외국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타국 기업에 출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해 직접 경영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FDI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양질의 좋은 일자리인 경우가 많고, 투자 대상국의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다. 하지만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카지노산업에 투자되는 자본으로 일자리와 경제개발을 도모하는 것은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6년까지 13개에 불과하던 카지노를 이곳에 110개나 허가해줬다. 카지노 관련 호텔과 리조트 건설을 위해 불과 2년 동안 공식적으로 약 10억달러의 투자금이 중국에서 유입됐다.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은 건설사업을 중국 기업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FDI는 자본과 더불어 수많은 인구 이동을 수반한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는 시아누크빌에 거주하는 현지인이 약 15만 명이고, 중국인은 비공식적으로 약 10만 명에서 25만 명이라고 현지에서 추산했다. 인구 구조로 봐도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내의 작은 중국이다.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고, 특히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밀착하면서 캄보디아는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는 쉬운 길을 택했다. 중국은 이 기회를 활용했다.
투자하는 대상은 좀 차이가 있지만,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없이 쉬운 길을 택한 점에서는 이탈리아 중부 섬유산업의 메카인 프라토(Prato)도 비슷한 면이 있다. 시아누크빌이 캄보디아의 작은 중국이라면 프라토 역시 이탈리아의 작은 중국이다. 인구 18만 명의 이 도시에는 약 3500개의 사업장에서 약 5만 명의 중국인이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권탄압 논란에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된 캄보디아
물론 캄보디아는 선진국 이탈리아와는 경제력으로 비교도 할 수 없겠고, 공적개발원조(ODA)도 받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의 원조 비중이 높았는데 2011년부터 중국이 제1위 원조공여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은 보건의료, 교육, 경제 지배구조 개선 분야 등에서 100% 무상원조인 반면 중국은 앞으로 갚아야 하는 유상원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도로, 교량 등 인프라 구축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건설사업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 직접 수행한다. 이 점에서는 질 높은 고용을 창출하는 FDI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왜 캄보디아는 2010년 이후 미국, 프랑스 일본의 무상원조보다 불리한 중국의 유상원조를 택했을까? 이는 2010년 이후 서방국가들이 훈센 총리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문제 삼자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됐고, 처우가 낮은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고위공직자가 중국과 합작한 투자법인의 회장을 겸할 수도 있고, 이 투자법인이 특정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막대한 사익을 챙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희망대로 시아누크빌이 10년에서 15년 후에 마카오가 될 수 있을까? 글쎄……. 세상의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경제학의 제1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캄보디아가 자국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 바뀔 세상이 과연 시아누크빌 입장에서 마카오를 추격하는 기회의 창이 될지 혹은 추락하는 계기가 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NIE 포인트
①해외 직접투자(FDI)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유치한 국가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②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다른 나라의 투자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은 무엇일까.
③캄보디아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