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음 최소 10여차례…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차"
"맞바람 거세 밖으로 나오던 연기 도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피해 커져"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들이찼어요. 그 뒤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없네요."

불에 타 새카맣게 그을린 물류창고 건물을 바라보던 A씨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 이천시 모가현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현재까지 근로자 2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큰 불길을 잡았지만, 오후 6시 현재 밖에서 보이는 건물 내부는 아직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상태다.

A씨는 당시 건물 2층 계단에서 타일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그는 계단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검은 연기를 보자마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부랴부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대피하는 와중에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

A씨는 작업할 당시 바로 옆에 3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건물을 향해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창문으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도로 들어가 피해가 큰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A씨는 "연기 때문에 계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떻게 바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뒤도 돌아볼 틈도 없이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안으로 들이찼다"고 말했다.

그가 대피한 건물 맞은편 공터에는 그가 벗어던진 검게 그을린 마스크와 작업용 장갑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듯 나뒹굴고 있었다.
"폭발음 최소 10여차례…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일부 근로자는 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하다가 삽시간에 불이 번지자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때 바로 맞은편 건물에 있었다는 B씨는 최소 10여차례 이상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건물은 새빨간 화염과 검은 연기에 뒤덮인 상태였다.

B씨는 "하필 건물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면서 연기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며 "인명피해가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날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 78명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음 최소 10여차례…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업체 관계자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의 연락처를 공유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한 업체 직원은 "직원들 가운데 7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불은 지하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 유독성 연기가 많이 남아 있어 불길을 완전히 잡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