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으로 기존법 작년말 실효…내달 20대 국회 종료되면 개정안 폐기
세무사회, 법사위에 전방위 로비…여상규 "심각한 명예훼손·입법권 침해"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실효된 세무사법을 대체하기 위해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개정안마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가 임박했다.

그러자 개정안이 계류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세무사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고, 법사위원장이 국회 회의장에서 "세무사들의 전방위 로비에 시달렸다"고 토로하는 상황마저 빚어졌다.

국회 법사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125개 법안을 심의해 본회의로 넘겼지만, 세무사법 개정안은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심의 대상에서 빠졌다.

전체회의에 계류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세무사법에 명시된 업무범위 8가지 가운데 핵심 업무인 회계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 확인 등 2가지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과거에는 변호사가 세무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2003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에 제한이 가해졌다.

헌재는 2018년 해당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고, 지난해 말 헌재가 권고한 입법개선기한을 넘기면서 기존 법률은 효력을 잃었다.

이를 대체할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온 것은 기한을 한달 남겨둔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법사위로 넘어오자 법무부와 대법원은 강력히 반발했다.

기재위에서 지나치게 기획재정부와 세무업계의 의견만 반영된 채 법안이 통과됐다는 이유에서다.

법사위는 기재부, 법무부, 대법원, 그리고 국무조정실이 함께 이견을 조정해 대안을 마련하면 지체 없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시점까지 이견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20대 국회가 곧 종료된다는 점이다.

현재 열린 마지막 임시국회는 다음달 15일까지가 회기다.

이때까지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러자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해 온 세무사들이 자신과 미래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상대로 70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고 여 위원장은 밝혔다.

세무사 시험 합격자들이 올해 1월부터 세무사법이 실효됨에 따라 세무사를 개업할 수 없어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었다면서 소송을 낸 것이다.

여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치면서 별도로 작성해 온 입장문을 통해 세무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부처 간 이견이 있는 법안 치고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했고,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도 직권상정까지 했다"며 "세무사회가 입법 공백 사태의 책임을 법사위에 돌리는 것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무사회를 향해 "법사위원들을 상대로 온갖 부당한 로비를 하고, 국회의원을 매도하고, 압박까지 가한다"며 "손배소 제기는 입법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세무사회가 판사 출신인 자신을 두고 '변호사 개업해 세무사업을 하려고 법안을 가로막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다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을 정도"라며 "아주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무사법 개정안 폐기 임박…법사위원장, 세무사들에 700억 피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