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 하락에 공격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할 때 두 배로 수익률을 얻는 상품을 1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삼성전자 순매수액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지수 상승에 투자했다.
개미들, 지난달 코스피 하락에 1조 베팅
한국거래소가 4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1위는 KODEX WTI원유선물(1조2763억원)이었다. 유가가 급락하자 공격적으로 반등에 베팅했다. 이어 2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1조1248억원), 7위는 KODEX 인버스(1950억원)였다. 인버스 투자에도 원유 못지않게 돈이 몰렸다.

지난 3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되자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인버스 ETF 상품은 지수가 1% 하락할 때 1% 수익을 낸다. KODEX 200 선물 인버스2X와 같은 ‘곱버스’라 불리는 상품은 하락률의 두 배를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0일 “ETF의 장점인 거래세 면제를 활용해 개인들이 패시브한 상품(ETF)을 액티브하게 거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경제가 이른 시일 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자 증시 하락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반대 방향으로 쏠렸다. 기관 순매수 1~3위는 KODEX 레버리지(6646억원), KODEX200(5467억원),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3415억원) 순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선 지난 17일 이후에도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 투자가 1, 2위를 차지했다. 기관투자가는 개인과 달리 위험 분산(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증시 상승에 투자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코스피지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1900선을 넘어가자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레버리지 상품을 공격적으로 매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에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개인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쏠림 투자를 하 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패시브 상품인 ETF에 대해 공격적인 단기 과잉 매매를 하는 것은 투자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ETF 투자는 자산 배분을 목적으로 중장기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