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이자 시인인 저자가 시인과 교류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의 유명 문인 버지니아 울프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해 많은 경제학자가 새로운 이론의 아이디어를 시인들로부터 얻었다고 소개한다. (김연 지음, 북인더갭, 272쪽, 1만5000원)
일본 도쿄에는 직원이 오직 로봇뿐인 호텔이 있다. ‘헨나호텔’이다. ‘이상한 호텔’이란 뜻이다. 호텔 로비 프런트 업무와 청소, 객실 안내 등 거의 모든 업무를 로봇이 한다. 이 호텔에 ‘인간 직원’은 서너 명뿐이다. 투숙객과 직접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들과 로봇 수리 기술자다.미국 언론인 안드레스 오펜하이머가 쓴 《2030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다. 저자는 “앞으로 살아남을 직업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업무에 종사한다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헨나호텔에서는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단순 업무는 모두 로봇으로 대체됐다. 이른바 호텔리어란 인간의 직업이 사라진 것이다.저자는 로봇이 가져올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에게 ‘10년 후 미래의 직업 세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을 취재했다.이 책은 총 10개 분야로 구성됐다. 인간의 일자리, 언론, 식당과 소매점, 금융, 법률·회계·변호사, 의료, 교육, 교통·제조업, 엔터테인먼트,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 등이다.저자는 “현재 선망의 대상인 직업들은 사라질 직업 1순위가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은행원과 회계사의 일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간 판사’가 감정과 컨디션에 휘둘린다면 ‘로봇 판사’는 흔들림 없이 사건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린다. 의사는 처방이나 수술 대신 예방의학에 전념하게 된다. 언론은 단신이나 빅데이터 이용 기사는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전부 대신한다. 교육 분야에선 웬만한 기본 지식 전달용 강의는 로봇이 대신 한다. 군사 부문에서도 한국을 필두로 주요 투입병력을 사람 대신 로봇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로봇 웨이터와 마트에서 일하는 로봇 계산원은 항상 제시간에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이런 사례들만 본다면 로봇은 인간이 해 왔던 일 중 80~90%를 빼앗아 간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기엔 로봇이 이끄는 산업 분야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저자는 이 같은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직업 10대 분야도 함께 소개한다. 의료 보조원,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엔지니어 및 프로그래머, 디지털 보안 경비원, 영업 컨설턴트, 로봇 유지 관리 기술자와 프로그래머, 교사와 교수, 대체에너지 전문가, 예술가·운동선수·연예인, 제품 디자이너와 상업용 콘텐츠 크리에이터, 정신적 상담가 등이다.의료 보조원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계에서 가장 각광받을 직업으로 전망한다.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야에선 로봇이 내놓은 결과를 분석하는 ‘인간의 두뇌’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보안 경비원은 정보 유출 위험을 막고, 영업 컨설턴트는 친절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인성 교육에 힘을 쓰고, 대체에너지 전문가는 로봇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움직일 새 에너지원을 찾는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로봇이 따라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아우라를 발산하고, 크리에이터들은 창의성을 더욱 살리게 된다. 종교 지도자를 비롯한 정신적 상담가는 인간의 메마른 마음을 보듬는 역할을 한다.저자는 “결국 살아남는 건 ‘인간의 진정한 능력’이 꼭 필요한 일자리”라고 역설한다. 전혀 인간적이지 않을 듯한 미래 세계에서 그것만이 틈새시장이라는 것이다. 또 “사람의 손길만이 필요하면서도 오랜 시간 공들여 설명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종합서비스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기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인다.저자는 그렇게 ‘따뜻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면 로봇에 밀려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각종 사례를 들어 펼치는 기·승·전까지의 차가움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경기침체의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플레이션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하루빨리 경기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디플레 전쟁》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과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등을 지낸 금융전문가다.그는 “코로나19 충격이 디플레 위험의 방아쇠가 됐지만 사실 디플레 위험은 한국에 이미 목전에 와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지금 당장 돈을 살포하는 강력한 금융 및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파산 위험에 처한 기업과 국민에게 돈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대다수 경제학자가 경기 불황의 장기화와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를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빠르게 회복됐다. 저자는 그 요인으로 ‘정책’과 ‘전쟁’을 꼽는다.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1%까지 인하하고,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것이 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도 강력한 금융 및 재정정책을 집행한다면 강력한 경기 회복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적합한 투자법도 소개한다. 그는 “저금리, 재정지출 확대가 이어질 것이므로 개인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오늘날 형태의 자전거는 1817년 독일 바덴 지역 삼림청장이던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이 처음 발명했다. 그렇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퍼지게 된 걸까.1974년에 다빈치의 스케치 모음집인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의 한 설계도 뒷면에서 꼭 자전거처럼 보이는 설계 스케치가 발견됐다. 1960년 다빈치의 모든 설계도와 메모 뭉치를 검토할 때는 그 스케치가 없었다. 다빈치가 그린 두레박 사슬 설계를 보고 누군가가 다빈치 스케치에 페달이 달린 자전거를 몰래 추가한 것이었다. 이 스케치 조작으로 ‘자전거는 다빈치가 처음 발명했다’는 잘못된 뉴스가 퍼져 나갔다. 그 결과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자전거는 다빈치가 처음 구상했다고 생각한다.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조금만 따져봐도 사실이 아닌 지식이 많다. 독일의 문학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페터 쾰러는 저서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에서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고 유명했던 가짜 뉴스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식들을 파헤쳐 오류로 가득한 우리의 지식이 오늘날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지니는지 논한다.저자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인터넷이 생기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가짜 뉴스의 역사는 신문보다도 더 오래됐다. 역사 속 최초의 가짜 뉴스는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274년 람세스가 히타이트와 벌인 전쟁사를 기록한 돌기둥에 등장한다.전단이나 팸플릿을 통한 뉴스 전파는 15세기 후반에 시작됐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웠다. 르네상스 시대에 인본주의 가치관이 대두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또 무역 발달에 따라 해외 시장을 정복하려는 상인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자연 현상이나 기적을 모아놓은 서적과 전단이 아니라 세계의 이해를 돕고 경험에 근거한 정보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 ‘국가의 네 번째 권력’이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론의 권력은 더욱 커졌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 뉴스가 더 많이 유포되고 영향력도 그만큼 증대됐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고, 희망 사항이 진실을 이기며, 가짜 뉴스가 공식 뉴스가 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저자는 현대의 단순한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과 사회문화적 허위에 대해 면밀하게 짚어낸다. 또한 가짜 뉴스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 또는 축소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 동기는 무엇인지 파헤친다. 그는 “가짜 뉴스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그 다양한 측면과 속내를 알아야 우리 삶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